월별 칼럼2022년 11월

일상적 노력을 인정하는 것만큼 조직문화에 중요한 게 있을까?

올해 초 구성원 행동주의를 다루던 글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할로윈이다. 일상은 빠르게 흘러간다. 조직의 일상도 마찬가지여서,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하루가 켜켜이 쌓여 나만의 조직 내 일상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2년 11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구성원 행동주의에 대해 소개하며 기업이 주목해야 할 구성원들의 특성 변화를 적어 내려가던 것이 엊그제만 같은데, 시간은 금새 흘러 할로윈을 맞이하려 한다. 심지어 오늘 하루조차도 아침 햇살을 본 것이 선명한데, 시간은 벌써 저녁이 되어 카페에 앉아 원고를 적어 내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상은 이렇듯 너무나 빠르게, 정신없이 흘러간다.

조직에서의 일상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그날 해야 하는 일들을 바쁘게 처리해 나가다 보면 시간은 어느 덧 퇴근을 준비하라 말한다. 사람에 따라서 누군가는 중요한 일을 처리하거나, 성공적인 결과가 확정된 뜻 깊은 날일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본래 해야 하는 수많은 다양한 일 중 하나를 했거나, 주어진 절차에 맞춰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무언가를 하고 사무실을 벗어나는 평범한 하루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하루가 켜켜이 쌓여 빠르고, 정신없이 흘러가면, 나만의 전반적인 조직 內 일상 경험을 구현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러한 하루들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뻔하거나, 지루한 순간들로 여겨지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조직문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조직이 어떤 사업을 하며, 그 안에서 어떤 직무를 맡고 있느냐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다소 지루하고 반복적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일상의 한 부분을 할애한다. 가장 역동적이며 매일상이 새로울 것만 같은 영업직무라 할 지라도 일부 시간만큼은 반복적인 서류 작업에 시간을 투자한다.

특히 아직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하거나, 갓 입사한 신입 직원, 안정적 운영이 목적인 조직의 경우, 다소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에 보다 많은 일상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일상을 주로 경험하는 경우 대체로 조직문화에 대한 인식 또한 다른 이들에 비해 부정적일 때가 많다.

실제로 대부분 이러한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조직이나 구성원들은 그들의 노고를 인정받거나, 그들의 업무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경험이 드물다. 심지어는 당연히 문제없이 해내야 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으로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게 ‘문제’로 받아들여져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공유하지만 자신이 특별히 보람 있거나 만족스러운 일을 맡고 있다고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이러한 직무나 조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보다 역동적이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어 있어 미래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조차 얻기 힘든 경우도 있다.

필자가 올해 참여한 프로젝트의 구성원과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조직문화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직이나 구성원 중 일 자체에 대한 긍정적 동기요소 인식이 부족했던 집단에서는 한 가지 공통적인 특성이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일이 정형화되고(소위 뻔한 일이고), 성과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만 부정적으로 주목받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일상이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했으며, 특별히 자신의 일상이나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성장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했다. 이런 경우에 이들에게 적합한 조언은 무엇이 좋을까?

이와 관련한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런던 그리니치대학의 애드리안 매든(Adrian Madden)과 서식스 대학의 케이티 베일리(Katie Bailey) 교수는 2016년 한 매체를 통해 10개 직종 135명을 대상으로 수행했던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발표했었다. 연구의 내용은 ‘개인을 뛰어넘어 더 넓은 차원의 초월적 삶의 목적 사이에서 진정한 연결감을 느끼게 하는 일’을 ‘의미있는 일’로 정의하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이 의미있다고 느낀 경우와 무의미하다고 느낀 경우를 분류-분석하여 각각의 경우와 관련한 특정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2016, What Makes Work Meaningful — Or Meaningless)

이들은 정의 내린 ‘의미 있는 일’은 흥미롭게도 일찍이 필자가 소개했던 캐롤 리프(Carol Ryff)의 심리적 웰빙(행복) 상태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는 6개 요소 중 하나인 삶의 목적(Purpose in Life)과 맥락적으로 맞닿아 있다. 그녀는 행복(심리적 웰빙)은 인생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목표-지향점을 갖고 이를 느끼는 상태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가 말하는 긍정적인 목표-지향점을 느끼는 데 있어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에서의 일과 무관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이 직접적이던 간접적이던 관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것은 구성원이 행복감을 경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보스컨칼리지 경영대학원의 프랫 교수가 말한 것처럼 자신의 직장/일에 만족감을 느끼고, 업무에 보다 헌신하며,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행동을 발휘하는데 매우 중요하다(Pratt & Ashforth, 2003, Fostering Meaningfulness in Working and at Work).

다시 돌아와서, 매든과 베일리 교수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경우7가지 요인이 공통적으로 나타났음을 밝혔는데, 1)조직과 개인의 가치 부조화, 2)직원의 노고 당연시, 3)무의미한 업무 지시, 4)부당한 대우, 5)의사결정권의 박탈, 6)협력적 관계의 차단, 7)육체-정서적 위험 초래가 이에 해당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무의미한 업무 지시(Give people pointless work to do.)인데, 자신의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경우 중의 하나로 사람들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사실상 의미가 없는 일상 업무들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의 직종과 관계없이 나타난 보편적 현상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경우는 ‘단편적(Episodic)’이었는데, 개인의 감정과 개인의 관여도가 높게 발휘되어 강렬한 경험을 겪었을 때인 것으로 나타나, 일의 의미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꾸준히 느끼는 경우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까지 보면 좋은 조직문화를 경험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최대한 줄여주고, 구성원 본인이 주도성을 발휘하게 해주며, 스스로 내린 결정과 실행의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뒤흔들 만큼 중요하고 강렬한 경험들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일찍이 일의 즐거움이나 의미, 성장가능성을 강조했던 닐 도쉬(Neel Doshi)는 실제 본인들이 조직문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동기를 직접적으로 느끼는데 일 처리 과정에서의 경험(Process)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연결된다.

필자의 프로젝트에서도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일을 부정적 인식하는 핵심원인들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직무/사업 특성과 수행하는 방식에서의 경험이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직무이거나 이미 잘 정렬된(정형화된) 직무라서 특별히 주도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가 적고, 그만큼 극적인 변화나 상향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 대체로 자신의 일에서 특별한 의미를 느끼기도 어려워 했고, 나아가 조직문화나 조직에서의 일상, 자신이 하는 일 자체를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 있다. 분명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반복하는 일상의 경험은 일의 의미를 느끼기 어렵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 또한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분명 주도성이나 자율성을 발휘하게 해주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맡은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나 일의 영향력을 체감하는 과정은 그만큼 자신의 일을 역동적으로, 또한 강렬하게 느끼게 하며, 나아가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또한 스스로의 결정과 노력으로 개선과 성장을 기회를 가짐으로써 삶이 보다 가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나 직무, 구성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개인의 창의성보다는 주어진 프로세스나 절차를 반복적으로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생산/현장직의 경우나, 조직의 리더가 확신-신뢰할 만한 역량이나 경험을 갖추지 못한 구성원에게 주도성이나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장려하고, 그 결과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필자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성원 중에는 자신의 일이 미치는 일의 영향력에 대한 압박감이 높은 상태에서, 스스로 주도성을 발휘해보고 일의 의미와 성장을 경험하길 기대한 리더로부터 부여받은 재량권을 책임 전가로 인식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무엇보다도, 매든이 얘기했듯이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만큼 일에서 강렬한 경험을 얻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조직이나 리더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필자의 프로젝트에서 지루하고 반복적인 직무이거나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 중에서도 자신들의 일을 의미 있다고 인식하고, 상호간 자발적인 협력이나 높은 수준의 헌신성을 발현하는 경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조직이나 리더, 혹은 동료 상호간 자신들이 일에서 수행하는 노고나 기여에 대해 자주 인정하고, 격려하며, 서로의 노고 자체를 공유하는 일들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또한, 이러한 조직의 구성원들은 본인들의 일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비록 반복적인 일이고, 위(경영진)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소위 높은 고과와 승진 기회는 적지만), 자신들의 반복적인 일이 거대한 일(조직이나 제품 그 자체)에 분명히 기여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공유한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존재했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의 리더들은 대체로 구성원들로부터 ‘언제든지 이야기를 들어준다.’, ‘자신들의 일(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일들이 있는지)을 잘 안다’, ‘평소 칭찬이나 격려를 자주 해준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특히 좋은 평가를 받는 리더들은 대체로 인터뷰 과정에서 본인의 조직 구성원들이 수행하는 일들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이 다수이고, 특별한 발전이나 가시적인 결과(비약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직무임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만큼 구성원들에게 그들의 일상적인 노력 자체를 자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노력이 해당 직무를 담당하는 구성원 개인에게나 조직에 중요함을 감각적,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구성원의 일상 더 정확히는 그들이 매일 수행하는 업무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할수록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느낄 확률이 높고, 나아가 조직문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경향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해답으로 그들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해답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그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 그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서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일상적인 노력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접근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매든, 베일리 교수 또한 그들의 연구 과정에서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경우라 하여도 거대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이나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경우, 그 일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느끼지 않음 또한 인터뷰 과정에서 발견해 냈으며, 실제로 일의 의미를 느끼게 만드는 일상적인 일들에서의 의미 발견 노력이 중요함을 설명했는데, 관련 발언으로 이번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아주 단순한 직무에도 여러가지 과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조직이 갖는 어려움 중 하나는 개개의 일들이 그들의 직무와 조직 전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다…참여자들은 일이 무의미하게 만드는 원인을 설명할 때 자신들의 일상 업무가 되는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일들을 자주 언급했다….조직이 개개의 일들이 갖는 의미(당위성)를 성공적으로 제시한다고 해도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구성원들이) 의미 있게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또한 (자신의 직무-조직 전체에 기여함을 제시함으로써) 의미 없고 헛된 일은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