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린 모두 우리의 일을 좋아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필자가 22년 즐겨본 예능에서 한 은퇴 선수가 던진 말이 인상 깊었다. ‘은퇴할 때는 이 운동이 싫었다, 그런데 다시 해 보니 내가 이 운동을 사랑했구나.’ 일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묻게 만드는 한마디였다.
필자가 22년 한 해 동안 즐겨보았던 모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은퇴한 선수들과 젊은 유망주들이 함께 뭉쳐 몇 가지 목표를 가지고 여러 팀들과 경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성기 시절 화려한 경력을 뽐낸 은퇴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본인들이 해왔던 일들을 다시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퍽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그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느끼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전달할 때가 있는데, 그 중 필자가 인상깊게 느낀 대사가 있었다. 한 선수의 대사였는데, ‘은퇴할 당시에는’ 혹은, ‘선수생활을 할 때’에는 ‘이 운동이 싫었다’는 멘트와,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내가 이 운동을 사랑했구나, 여전히 좋아하는 구나’라는 대사가 그것이다.
필자인 나도, 내가 하는 일들을 한 때 매우 싫어하고, 지겨워하고, 몰입하지 못한 순간이 있었고, 한 때는 24시간 동안 내 일에 대한 생각이나 아이디어, 지식에 대해 떠들어댈 만큼 격정적으로 사랑한 적이 있었기에 지나칠 수 없는 대사였다. 또한 기업의 조직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나 조직에 대한 생각들 때로는 감정들을 듣는 것이 주된 일이기에, 자신의 일을 싫어한다고도, 사랑한다고도 말했던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기에 역시 지나칠 수 없는 대사였다.
우리는 왜 우리의 일을 싫어할까? 그리고 우리는 왜 우리의 일을 감히 사랑한다고, 혹은 사랑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우리의 일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모두가 자신의 일을 사랑하게 될 때 우리에게 일어날 변화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필자의 의견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조직문화에서 주목받는 여러가지 개념들이 있다. 사람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개발에 집중하는 의도적 개발 조직인 DDO(Deliberately Development Organization)나 성장문화(Growth Culture), 좀 더 앞에서 회자되었던 일의 즐거움이나, 의미, 성장가능성과 같은 일 자체가 가진 직접적이고도 내적인 동기요소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필자의 견해로는 우리가 일을 싫어할 수도, 혹은 사랑할 수도 있는 근원적 요소들이 작금에 주목받는 개념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근원적 공통요소 ‘일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경험해야 한다’
행복을 기쁨이나 안락함, 만족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상태로 보는 견해가 있다. 고통이나 괴로움, 지루함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고, 이를 장기간 경험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우리가 일을 싫어하거나, 사랑하는 이유는 일하는 과정 속에서 어떠한 감정을 더 장기간 느끼는 것인가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시도하는 여러가지 접근들, 예컨대 워케이션(Workcation)이나, 다양한 게임기기와 안마의자, 고소한 커피원두 향을 풍기는 고급의 최신 커피머신이 비치된 세련된 디자인의 휴게공간, 초록빛의 싱싱한 식물들이 천장과 벽 심지어 책상 앞에 가득하고, 공기청정기가 쉴 새 없이 작동하는 사무실,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일하고 쉬도록 보장해주는 다양한 근무방식과 제도들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장생활에서 긍정적인 감정들이 지속되도록 지원해주는 접근들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소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들이라 말하는 곳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대부분 보장되고, 때로는 이것 이상의 더 멋지고 놀라운 지원들이 제공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매일 경험한다고 해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왜 이러한 모든 것들이 지원되는 조직에서 조차 누군가는 자의로 퇴사를 감행하고, 심리상담을 요청하며, 우울감을 호소하게 되는 것일까? 혹자는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요소들이 부족했거나, 지원되지 않아서 였다고 할 수도 있으나, 필자는 행복을 정의하는 다른 한 쪽의 견해가 배제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 정의한 바 있다. 이것은 좋은(eu) 영혼(Daimon)이라는 의미로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고선의 상태로 도달한 것을 말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하는 다른 2가지 요소인 덕이나 우수함으로 표현되는 아레테(aretē)와 실천적/윤리적 지혜로 해석되는 프로네시스(phronesis), 공동체로서의 삶을 강조하는 그리스 시대와 맞물려, 자신이 속한 세상(공동체) 속에서 최고로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상태, 즉 자신이 가진 좋은 잠재력 모두를 세상 속에서 구현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조직-일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일을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자, 행복을 경험하게 해주는 또 다른 하나의 요소를 제시한다. 우리가 우리의 일을 사랑하려면, 우리는 일터의 안락함이나 편안함만이 아니라, 일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가진 모든 잠재력을 내가 속한 이 조직과 내가 공동체로 인식하는 이들에게 구현하고 있으며, 실제로 구현하고 있음을 본인 스스로 체감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 스스로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노력했던 결과들이 어딘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일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원해왔던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식이나 경험과 같은 요소들이 쌓이고 있음을 느껴야 내 일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일, 우리의 일하는 과정들이 나 자신의 성장과 영향력 발휘에 의미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들이 앞서 필자가 말했던 오늘날 주목받는 개념들에 놀라우리만큼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그들의 저서인 에브리원 컬처(An Everyone Culture : Becoming a Deliberately Developmental Organization)을 통해 (DDO(의도적 개발조직) 개념을 제시한 로버트 케건과 리사 라헤이는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발산하기 위한 개발 과정에 집중하여 개인과 조직의 성장 모두를 견인하는 조직이 DDO이고, DDO 조직 속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실제 그들의 일에서 발산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빌려 DDO 조직에서 일하는 이들은 긍정적 감정만을 경험하는 관점의 행복보다 더 가치 있는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다 말한다.
성장문화(Growth Culture) 또한 마찬가지다. 성장 문화라는 개념을 제시한 <The Way We’re Working Isn’t Working>의 저자, 토니 슈워츠(Tony Schwartz)는 기존의 성과 중심 조직문화는 사람들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과정에서 조직 안에서 승자인 동료가 패자가 된 동료를 제거하는 제로섬 게임이 만들어 짐으로써 두려움을 만들어내지만, 성장문화 속에서는 실패나 약점을 개인 혹은 조직이 학습하고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서 탐구하고 호기심을 발휘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모든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행복과 실제 성과 향상이 가능함을 DDO조직과 연결하여 제시한다.
일 자체가 가진 내적인 동기요소들을 강조하는 부류도 마찬가지다. 일의 즐거움과 의미, 성장가능성은 일터의 즐거움이나 외형적 가치, 조직규모나 개인연봉의 성장을 얘기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일에서 느낄 수 있는 도전적이고 성취할 만한 요소가 있음과, 이를 실제로 이뤄내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말하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이 조직이나 사회, 고객, 동료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의미라 말하며, 자신이 되고자 했던 모습, 도달하고자 했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자신의 일에서 경험할 수 있음에 대한 확신감을 말한다. 이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에우다이모니아와 맥락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흥미롭게도, 앞서 필자가 소개한 DDO나 성장문화, 일 내적동기 요소들은 모두 시장과 고객, 경영환경이 복잡다변해지고, 불확실해짐에 따라 적응적인 성과(Adaptive Performance) 역량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경영환경에서 주목받고, 강조되는 개념들이다. 말하자면, 우리들이 우리의 일을 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경험할 때, 나 자신과 조직은 성장할 수 있고,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도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의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일터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직업을 사랑하려면 우리는 우리의 일에서 행복을 경험해야 한다. 정확히는 일하는 과정 자체에서 성장하는 행복감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마찬가지로 앞서 소개한 개념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지는 것들이 있으니, 바로 다음과 같다.
1. 성장요소(약점)를 학습과 호기심의 관점에서 개발하는 과정 구현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에 어떠한 일이나 역할을 맡고 있든 간에 분명한 약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의 결핍일 수도 있으나, 깊게 들어가면 일이나 조직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관점이나 태도일 수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대한 부족함일 수도 있다. 이러한 깊은 약점들이 노출되는 상황들은 자연적으로 사람이 가진 방어기제를 작동시키고, 불쾌함이나 괴로움을 유발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사람이고 싶어하고, 그것이 행복감이라고 정의할 때, 이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약점들을 감추고, 서로 보호해줌으로써 성장이 멈추고, 자신의 역량에 한계를 경험하게 되면 이 또한 더 이상 자신의 일과 조직에서 행복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요소가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안에서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나아가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약점을 동료가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약점의 제시가 그 사람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요소의 발견이라는 관점으로 인식되게 하고, 실제로 약점이 보완되거나 개선되는 과정을 모두가 목격하고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
워크플로우 러닝과 같은 실시간적이고 지속적인 학습구조의 구축만이 아니라, 약점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기꺼이 학습과 호기심, 선한 도움 관점에서 상대의 약점보완 과정을 지원하고, 개선과정에서 경험 가능한 당사자의 어려움이나 고통, 괴로움을 인정(굳이 공감이나 위로가 아니더라도) 해주는 조직정서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일 자체가 가진 성장-개발요소의 구조화
조직에서 우리는 하나의 일이나 역할만을 오랜 시간 경험하는 경우도, 몇 년 짧게는 1년 안에도 새로운 일이나 역할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자신이 가진 잠재력들을 개발하고 이를 일 속에서 적용가능한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하는 일에서 어떠한 요소들이 필요하고, 개발될 수 있는지 안내하는 것을 넘어 현재 하는 일에 적용하고, 도전해볼 수 있는 다양한 성장요소(경험이나 지식, 기술만이 아닌 인간으로서 가진 모든 역량)들이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
제일 먼저 해볼 수 있는 것은, 현존하는 일들에서 경험과 배양이 가능한 성장요소들을 정리하고, 조직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들과 정리된 성장요소들을 연결하여 지속적 성장이 입사부터 퇴사할 때까지 계속됨을 인지시켜주고, 나아가 고정된 일에서도 다양한 요소들의 성장이 자발적 혹은 동료나 리더의 협력과 지원 하에 이뤄질 수 있는 권한/책임 영역의 조정, 업무영역(Playground)의 확장성을 제공해주는 것들이 유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것은 많다. 특히, 성장 과정이나 성장을 통해 발생한 긍정적인 결과물들, 즉 본인이 하는 일에서 확장된 영향력을 고무해주고 인정해주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구성원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 막상 시도하자니 어렵거나 지난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다 무엇을 위함일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고,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하고 싶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