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3년 3월

조직문화 접근? 작고 사소한 직원들의 경험까지 고려해야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조직문화·HRD·혁신 담당자들은 새해 접근을 고민한다. 가치 내재화, 인재 유지, 사업 전략 역량 등 큰 그림은 잘 잡지만, 작고 사소한 직원의 일상 경험은 종종 빠진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3년 3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년 연말-연초가 되면 교육이나 조직문화, 혁신 담당자들은 새해를 위한 조직문화/조직개발 접근을 고민하게 된다. 필자와 같은 외부에 있는 컨설턴트나 컨설팅펌들이 바빠지는 시점이기도 하며, 때로는 그 해에 가장 중요한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연중에도 물론 다양한 조직문화 프로젝트 제안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연초만큼 동시다발적인 경험을 하는 때도 없다.

각각의 제안요청서를 보면, 거기에는 담당자의 고민이나 기대, 목표가 드러나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 해에 조직의 가치와 철학이 완벽히 내재화되는 방안을, 어떤 이는 인재를 유지하고 확보하기 위한 조직문화의 구현을, 어떤 이는 조직에서 중요하게 추진하는 사업과 전략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하고 배양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물론 매년 정기적으로 추진되는 다양한 조직문화 활동이나 접근을 좀 더 고도화하거나, 그 해에 중요한 HR이슈에 대응하고자 보다 적합한 내용이나 방식은 없는지 찾기도 한다.

따라서 좋은 조직문화 접근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얘기이다. 조직에 존재하는 문화적 이슈나 니즈가 무엇이냐에 따라 필요한 접근의 방식은 다양해지기 마련이며, 조직이 가진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같은 이슈라 할 지라도 적합한 접근의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의 부족을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에 대해 어떤 조직은 공동의 목적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조직은 현재 존재하는 전략이나 사업과 각자의 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서로가 하는 일의 영향력이나 가치, 기여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조직에 따라서는 해병대 캠프나 잘 설계된 회식, 행사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자신들의 조직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조직의 특성, 사람들의 성향은 무엇인지부터 출발한다면, 설령 가장 평범하고, 오래되고, 간단한 접근이라 하여도 그것이 가장 우리 조직에 맞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어떤 내용과 방식의 조직문화 접근이라 해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과거 필자가 10여년 전 조직문화 프로젝트를 처음 경험할 때, 필자의 멘토이자 리더였던 조직문화 전문가 유준희(조직문화공작소AIPU대표)는 성공적인 조직문화 접근이 되려면 ‘소통은 Intimacy하게, 공유는 Public하게 해야 하고’, ‘선놀이와 후놀이가 존재해야 한다’고 했었다.

‘소통은 Intimacy하게, 공유는 Public하게’는 조직문화 접근 자체는 참여하는 개인(자신)을 위한 접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면서, 접근을 통한 결과나 영향은 전사가 경험하고 공유되게 하라는 것인데, 두 가지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성공적인 조직문화 접근이 되려면 참여하는 개인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조직의 집단 내 자발적-자생적 변화와 확산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참여하는 개인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음을 말한다. 제공되는 조직문화 접근에 내포된 의미나 의도, 작게는 전달되는 지식이나 기술, 도구 혹은 새로운 사고나 행동방식이 참여하는 개인의 일상과 업무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만 아니라, 참여하는 개인에게 있어 그 접근이 마치 ‘나만을’, ‘나를 위한’ 접근으로 느껴질 수 있게끔 해야 함을 말한다.

이는 일종의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예를 들어 추진되는 조직문화 접근이 이전에 없던 일상에서의 작고 사소한 긍정적 대화나 행동, 칭찬이나 격려와 같은 사회적 설득 과정을 활성화하려는 경우, 이전에 하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한 어색함이나 쑥스러움, 때로는 수치심을 우려하거나(평가우려),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을 내가 아닌 다수(작은 팀부터 전사까지)에게 전파한다고 생각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책임 분산의식’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준비한 조직문화 접근의 효과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는 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조직문화 접근이든 그 세부적인 단계나 활동 안에서, 참여하는 개인마다 자신의 가치나 중요성을 높게 인정받거나, 자신에게 특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이 제공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단순하게는 다수보다는 소수를 위한 소규모 단위의 조직문화 접근을 추진하는 것도 있지만, 다수가 동시에 참여하는 조직문화 행사나 이벤트라 해도 그 안에서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한 명패나 명찰, 혹은 행사에서 활용되는 도구을 전달받거나 물품을 증정받는 과정 속에서도 그 개인을 위한 특별한 메시지나 절차를 경험하게 하는 디테일을 포함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참여하는 개인의 의견이나 생각, 경험이 조직문화 접근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의미 있게 활용됨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나, 접근을 통해 새롭게 추진되는 과제나 변화방향의 실행이나 성공에 있어 참여한 개인의 역할이 갖는 중요성이나 가치를 인정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둘 째로 집단 내 자발적-자생적 변화와 확산의 중요성은, 조직문화가 형성되는 본질을 강조하는 것이다. 갈수록 디지털화되고, 기술이 발전해 나가면서 역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믿음과 가정에 대한 중요성이나 인식도 높아지는 요즘이다. 변화하는 업무환경과 도구, 기술을 빠르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고 건강한 피드백이 직급과 상황을 막론하고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는 오늘날, 심리적 안전감과 같은 보이지 않는 믿음의 상태가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으며, 아예 이를 조직의 핵심 역량이나 가치로 정의하고, 조직문화 접근으로서 이의 형성을 목표로 삼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심리적 안전감과 같은 보이지 않는 믿음의 형성에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구성원 간의 사적인 대화나 동료나 리더의 특정한 모습을 목격하는 등의 비공식적인 일상 내 상호작용이다. 뛰어난 심리학자나 전문가를 초빙하여 열심히 심리적 안전감을 설명하고 강조하더라도, 어느 날 모인 워크샵 자리에서 롤플레잉 기법이나 페르소나 기법을 통해 솔직하게 대화해보는 연습을 한다 하더라도, 회의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을 때 거리를 두려는 듯한 동료나 리더의 짧게 스쳐가는 표정이나 제스쳐, ‘그 상황에서 괜히 나서 봐야 피곤만 하지’나 ‘그러다 괜히 찍힐 거 같은데?’라는 말 한 마디를 동료로부터 자주 접하게 되는 것보다 강력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워크샵이나 강의, 행사나 제도, 프로세스의 마련이 일종의 공식적 상호작용이고, 다수의 조직문화 접근이 여기에 집중하는 반면, 비공식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가능한 장애요인이나 저항을 고려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조직문화 접근을 추진하려면, 공식적 상호작용의 내용이나 절차, 방법을 잘 설계하는 것만큼이나, 공식적 상호작용을 적용하는 과정 속에서 비공식적 상호작용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같이 요구된다. 먼저, 비공식적 상호작용은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일종의 양방향 음성 입출력 기능까지 달린CCTV다.)을 구성원의 일상-업무영역 전반에 설치하면 모를까, 불가능한 일이며, 해서도 안된다. 사람들의 일상적 대화를 직접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조직문화 접근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비공식적 상호작용을 고려하라는 것은, 공식적 상호작용으로서 전개되는 조직문화 활동을 통해 확보되는 참여자의 긍정적인 경험이나 반응, 의견이나 생각 때로는 행동과 같은 산출물들이 조직 전반에 자주 목격되고 노출되게 하거나, 그들간의 사담에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다뤄지는 주제가 되게 함으로써 비공식적 상호작용이 공식적 상호작용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믿음의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하거나, 최소한 공식적 상호작용의 대척점으로 작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함을 말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한 조직문화 접근은 당연히 그 내용이나 방식이 무엇이든 간에 내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홍보/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단순히 특정 프로그램이나 행사/활동을 어떤 내용으로 몇 회 진행했는지 만큼이나, 특정 프로그램과 행사/활동 마다 도출되는 산출물(Out-Put)들을 어떻게 활용했는가 또한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으며, 개인적으로 우수한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 전략-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조직문화 접근에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강조점이 바로 ‘선놀이와 후놀이’이다.

자, 개인의 주도성을 핵심역량으로 보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인 기업이 있다고 해보자. 이 기업의 조직문화 담당자가 의욕적으로 매달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문화 접근을 준비한다면 어떤 것들일까?

아마도 먼저 우리 기업의 구성원들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주도성을 발휘하고 있는지, 이를 효과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진단도구와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나 업체를 확보할 것이다. 또한, 업무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진단이나 멋진 이론과 모델을 활용하여 정의 내리고, 이의 배양에 특화된 프로그램들을 준비할 것이다. 나아가면 리더와 구성원들이 현업에서 주도성의 발휘를 독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동기부여 장치나 관리도구, 혹은 리더를 위한 별도의 자체적인 후속 활동을 위한 도구까지 마련해 줄 수도 있다.

심지어 이 모든 것들이 잘 연계되어 진단을 통해 주도성이 부족한 조직이 선별되면 해당 조직에서 주도성 발휘를 저해하는 특정 요인을 개선하거나 배양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프로그램 종료 후에 후속 지원까지 이뤄지는 프로세스를 구현했다고 생각해보자. 굉장히 체계적이고 연속성이 있으며, 진단부터 조직선정, 적합 프로그램 선정과 수행, 후속지원까지 단일 조직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돋보인다.

그런데, 좀 더 깊게 들어가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해 보라. 진단결과가 나와 조직을 선별한다고 했는데,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이 리더와 함께 본인들의 진단결과를 직접 해석해 보고,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담당자 또는 참여한 리더의 결정으로 프로그램의 참가여부나, 희망하는 프로그램이 결정되고, 나머지 구성원들은 참여만 통보받는 식이라면? 프로그램에서 도출된 주도성 제고 방안이나 과제를 리더가 후속지원도구를 통해 관리하면서 과제의 시행횟수나 방식을 통제하거나 강요한다면? 담당자가 본인이 기획한 프로젝트의 성과를 검증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과제(심지어 정해진 횟수까지)를 했는지, 관련 서류나 보고자료를 참여 조직마다 정리해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면? 취지나 의도는 분명 구성원의 주도성 발휘와 배양임에도 정작 구성원들이 공식적 상호작용 과정의 앞-뒤에 경험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반영할 기회 없이 기획조직이나 리더의 지시나 명령을 수용하고 이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선놀이와 후놀이는 바로 위와 같은 상황들에서 강조되는 부분이다. 필자는 이전에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구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진정성, 영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선놀이와 후놀이는 구성원들에게 기업이 추진하는 조직문화 접근의 진정성과 일관성을 경험하고, 확신하게 만든다. 중요하고 거대한, 굵직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전개하는 것만큼이나, 각 활동의 앞과 뒤에 구성원들에게 개입하고, 참여하는 작고 사소한 절차나 액션 또한 조직문화 접근에 해당함을 잊지 말아야 하며, 이를 잘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때로는 더 효과적인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의 대표가 강조했던 ‘소통은 Intimacy하게 공유는 Public하게’와 ‘선놀이와 후놀이가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론적으로 다음을 설명한다. 성공적인 조직문화 접근은 그 접근의 영역이나 범위, 규모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접근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작고 사소한 모든 경험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우리가 추구하는 접근 목적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디테일 하게 설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진단은 그 자체가 조직정서에 개입하는 강력한 조직문화 활동이다.”라는 내용 또한 위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글이 조직문화 접근의 방향이나 프로세스를 고민하는 업체나 혹은 기업의 담당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