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3년 5월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싶다. 그런데 어떻게?

필자는 올해 강의·워크샵에서 ChatGPT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식 가치철학 리더와 플라톤식 리더의 가상 논쟁까지 만들어주는 도구다. 그러나 도구보다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조직문화 자체의 기반이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3년 5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필자는 Chat GPT의 도움을 톡톡히 보고 있다. 조직문화와 관련한 강의나 워크샵을 진행할 일이 있을 때 참여자들에게 참고할 수 있는 예시나 상황을 구현하는 데 있어 GPT를 통해 확보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들은 강의 컨텐츠를 개발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확실히 줄여주었고, 필요한 이미지나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즐거움을 높여주고 영감을 얻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눈 앞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철학을 가진 리더와 플라톤식 가치철학을 가진 리더가 인사와 조직관리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가상의 상황을 구경할 때의 즐거움이란! 물론 아직은 오류가 많지만, GPT 3.5에서 4.0으로 버전업될 때의 그 현격한 발전속도를 볼 때, 그리고 Microsoft에서 곧 출시할 Copilot에서 나올 훨씬 더 큰 활용방식을 생각해 볼 때 AI는 더 이상 몇 가지 제품에 필요한 기능으로서만이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형태로 누구나 실제 자신의 일상-업무에서 다루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저번 칼럼에서 GPT가 가져올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문화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적인 호기심, 지속적인 실행력 그리고 전문영역(도메인) 지식의 지속적 배양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조직들이 갖추고 있는 기본적 속성들이라 할 수 있으며, AI기반의 도구들을 통해 창의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필요한 기본 역량이라 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확보해야 하는 조직문화 역량, 혹은 근원적인 믿음들은 실로 다양하다. 앞서 말한 성장 추구 조직에서 당연히 확보해야 할 학습과 성장 욕구, 성취감을 고양하는 일의 즐거움(Play)이나 내적인 목적(Purpose)도 그렇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서로의 실수나 잘못을 이야기하고, 우려심을 표명할 수 있으며, 약점을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은 이제 대다수의 기업들이 확보하고자 하는 중요한 믿음(집단가정)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나 사업,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을 돕는 높은 수준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나 상호호혜적인 관계라는 믿음들은 어떤가? 넷플릭스나 넥스트점프가 촉발시킨 ‘최고의 사람들, 탁월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믿음’은? 애자일 조직(Agile Organization)이 강조했던 높은 수준의 민첩성이나 유연함을 무시하는 오늘날의 기업들이 있을까? 심지어 이러한 역량들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재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번아웃을 관리하고, 인재이탈을 막는 직원경험들을 확보하는 것, 무엇보다도 몰입과 같은 이제는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역량들도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 확보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렇게 실로 다양한 역량들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은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각 개념들이 제시하는 믿음들이나 역량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조직의 구조나 권한/책임을 조정하고 평가와 보상체계를 조정하며, 채용제도와 직급, 진급체계를 개편하면 될까? 조직의 업무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다양한 복지-복리후생 접근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조직문화를 경험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인 업무의 절차나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업무도구를 제공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애초에 조직문화의 권위자인 에드가 샤인(Edgar H. Schein)이 당신 스스로를 ‘프로세스 컨설턴트’라고 말한 것이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on)이 조직문화란 ‘가치+프로세스’라고 말한 것들을 생각해보면, 실제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문제는 이 거다. 다 좋은 데, 당신의 기업이 이 모든 것들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이 충분해야 한다는 거다. 아니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최종 결정권자, 경영진들의 서포트가 변화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뒷받침된다 거나.

안타깝게도, 필자가 지난 11년간 조직문화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후의 변화들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확보하기로 한 역량이나 믿음(집단가정)을 첫 프로젝트 착수일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물론 핵심가치로 이러한 역량이나 믿음을 정의하고, 이를 내재화하는 접근들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조직의 다양한 기능들이나 제도적 변화를 가져가는 시점은 대부분 핵심가치를 정립한 초기에 이뤄지고, 나머지 중장기적인 솔루션 접근들은 기업에서 강력하게 작동하는 단기성과(실적) 확보,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추진이 어렵거나 위험(Risk)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경우도 마냥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투입 대비 성과를 조기에 확인하려는 기대는 자칫 그 변화의 수준의 미미할 경우 그만큼의 실망감, 실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바뀌어 조직문화에 대한 이후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장벽이 되거나, 가시적으로 실적 확보에 유리한 변화 접근들, 예컨대 사무환경의 변화, 업무도구 도입, 혹은 근무시간 등 구성원 행동변화를 타의로도 유도가능한 접근에 집중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최고경영자가 직접 개입하고 전폭적으로 지지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러한 조직문화 변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이 어디냐에 따라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는 것은 덤이다.

또한 냉정히 말해, 조직의 모든 기능과 제도 측면의 변화를 조직문화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자체를 보기 힘들었다. 조직문화와 관련한 일만을 지금껏 해왔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필자의 입장에서 속상한 얘기지만, 냉정히 말해서 조직문화를 조직의 1년 혹은 10년간의 매출실적, 주가만큼이나 절박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당연히 충분한 시간이나 자원을 확보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때로는 그것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시간을 줄이고, 도전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대개의 경우 새로운 시도나 도전자체를 해야 할 이유나 동기 자체를 떨어뜨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한계들이 우리의 조직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개념을 제시한 에이미 에드먼슨은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구성원들이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명확히 전달할 것”, “중요한 의사결정자, 리더도 실수를 하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할 것”,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릴 것”, “생산적인 관점에서 배우고 발전하려는 자세로 사람들을 대할 것”을 강조했다. 프레지어를 비롯한 연구자(Frazier et al., 2017)들이 발견한 심리적 안전감을 형성하는 구성원의 특성이나 자질, 조직구조적 요인(자율성과 상호의존성, 역할명확성을 경험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 프로세스)도 필요할 수 있으나, 최소한 심리적 안전감을 진정으로 확보하려는 끈기 있는 노력만으로도 최소한 해당 그룹 안에서는 심리적 안전감 형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구성원들의 학습-성장 욕구나 성취감을 자극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성과평가 체계나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것, 진급과 승진의 심사기준을 성장을 중심으로 조정하는 것이 직접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강력한 방안임은 맞다. 의도적 개발 조직의 대표적 사례이자, HBR에서 선정한 ‘구성원들의 성장을 가장 잘 해내는 기업’으로도 소개된 바 있는 넥스트점프가 그 사례이다.

하지만, 반드시 넥스트점프처럼 동료의 성장에 잘 기여한 구성원을 매번 하와이에 보내지 않더라도, 리더의 연봉기준을 구성원의 성장기여를 중심으로 책정하지 않더라도, 오타 하지메(Ota Hajime)가 말한 것처럼 그가 해낸 기여나 성취를 동료나 리더가 알고 인정해주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심지어 비언어적인 형태로 팀의 중요한 업무적 성취나 성과를 만드는 과정에 팀원 각자 어디서 어떻게 기여했는지 보고서에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은 자극될 수 있다. 아니면 그저 작은 캔미팅, 티타임을 통해 한 주마다 각자가 발전한 부분, 이뤄낸 것들을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단지 낯간지럽다고 생각하는 발언들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에드가 샤인의 저서인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도 기업 내 사람 간의 관계를 ‘이해타산적 관계’라는 믿음에서 인간적 관계라는 믿음, 인간적 관계를 추구하는 믿음을 가진 조직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 노력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결코 단기적으로 그 변화를 측정할 수 없을 뿐더러, 역으로 몇 년 뒤 혹은 몇 분기 안에 이뤄진다고 보장할 수 있는 장기적 속성의 것도 아니다. 단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집단 내 구성원간의 노력이나 자세로 봐야 한다. 그룹 내 다수가 매일 노력하면서 어느 순간 자신들이 심리적 안전감이든, 일에서의 성취감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노력종료가 아니라, 그것이 그들의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유지하고 전파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에이미 에드먼슨이 심리적 안전감을 “그룹 수준의 현상이자, 성질(emergent property)”이라고 말한 것처럼, 하나의 파트, 팀, 회사를 이루는 사람들간의 변하지 않는 노력이자 자세로 봐야 한다.

그렇기에 조직문화의 성공적 변화는 가시적이거나 거대한 무언가의 대대적 변화를 통해 목표한 기한 내에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노력보다는, 매일 매일의 노력이나 자세를 독려하고 치하해주고, 노력하는 과정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가장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아주 작고 사소하게, 때로는 남들이 보기에도 유치하고 낯간지럽고 어찌 보면 엉뚱해 보이는 소소한 노력들이 각각의 작은 단위 조직에서 발생시켜주는 것이 최고의 변화 노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일상 내 소소한 노력들이 조직문화 변화에 가장 중요함을 우리가 인정한다면, 시간과 자원이 제한되고, 조직의 다양한 기능들을 건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기업의 조직문화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부여 받을 수 있다.

조직문화팀은 구성원들이 일상과 업무에서 해야 할 올바른 노력이나 자세를 지속적으로 안내하는 노력들,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내할 필요는 있다. 캠페인이나 교육은 이런 것들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데 활용하면 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우리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나 믿음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혹은 강력하게 추구하는 이들을 모으고, 그들이 그들의 일상이나 업무에서 동료나 선배, 후배, 리더에게 하고자 하는 노력을 인정해주고 고무시켜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매일의 노력 속에서 발생 가능한 피로나 좌절, 어려움을 인정하고, 의지저하를 방지하고 오히려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효과적인 동기관리 시스템을 확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신들이 하는 노력이 매우 고맙고 감사하며, 기업에서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매주, 매달 작게는 자신과 동료들의 일상을, 크게는 자신이 속한 조직과 회사를 변화시키는 노력에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들을 찾고 독려하기 위한 수고로움이 조직문화팀이 해야 하는 일상적 노력이 될 수 있다.

필자가 가장 최근에 경험한 소소한 노력 중의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 하고자 한다. 한 팀에서 발견한 것인데, 그들은 서로의 성장을 돕고, 독려한다는 상호의존성, 상호호혜적 관계에 대한 믿음을 강력하게 공유하고 실제로 이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들이 이러한 믿음을 갖게 하고, 또 강화시켜준 방안은 다소 엉뚱했다. 역할 분배가 불명확한 일들, 소위 그레이존이 발생하면, 이들은 그 일을 누가 할 것인지 ‘사다리 게임’을 통해 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을 통해 걸린 당사자가 가진 역량의 수준, 현재 담당한 업무의 양이나 난이도를 고려하여 게임에서 생존한 승리자(동료)들이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추가적인 업무 수행이라는 서로 간에 다소의 긴장이나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말 그대로 이벤트스럽게 유쾌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우리는 서로를 도와주고 의지하는 존재라는 믿음을 강화시키는 절묘한 방안이었다. 그리고 그런 방안을 고안한 것은 그 팀의 가장 최고 연장자도 시니어급 구성원도, 리더도 아닌 평범한 중간 구성원 한 명이었다.

그녀의 팀과 동일한 제도와 시스템, 프로세스 속에서 일하는 다른 팀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서로의 업무를 잘 모를 만큼 각자 자신의 일만 수행하는 조직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녀의 이런 엉뚱한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생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위해 그녀를 포함한 그들 전원이 내부에서 했을 일상적인 노력들을 지금도 강력하게 지지하고 인정하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했던 것처럼,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단지 용기와 지지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