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3년 7월

오늘날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조직문화 접근은 ‘긍정’이다

전 세계적 질병 확산, 신냉전 기류,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 전자화폐 시장의 충격까지 3~4년 사이의 굵직한 사건들은 사람과 기업 내면에 불안과 두려움을 남겼다. 이때 조직문화가 다뤄야 할 의제는 ‘긍정’이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3년 7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조직문화 접근은 ‘긍정’이다.

전세계적인 질병확산에서 출발해서 신냉전 기류,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의 폭발적 성장과 상용화, 전자화폐 시장으로 촉발된 급격한 자산형성 방안의 출현 등 불과 3~4년 사이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은 사람들과 기업에 자신들의 미래, 심지어 현재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 정서가 형성되게 만든다.

물론, 부정적 정서가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존 코터(John Kotter)가 고안한 조직변화 8단계의 1단계가 ‘위기감을 조성하라(Create Urgency)’인 것처럼 불안이나 두려움을 적정한 수준의 위기의식 수준으로 조성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나 기업에게 변화를 위한 동기형성과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안락지대에 머무르려는 관성에서 벗어나고, 명확히 가야 할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하도록 돕는다. 실제 많은 기업의 경영진들이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전파하는 다양한 발언들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날 세상의 변화 흐름이 과연 ‘적정한’ 수준의 위기의식만을 갖게 하는지 아니면 통제가 어려울 만큼의 불안이나 공포를 자극하는지 생각해보자. 과연 이러한 접근이 오늘날 기업이나 사람들에게 효과적일까? 작금의 변화흐름에서 진정 필요한 조직문화적 접근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위기감을 조성하여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은, 위기감을 느끼는 개인이나 조직이 이를 긍정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 위기의식을 조성하는 방식은 조직이나 사람의 현재 역량이나 자원에 있어 개선과 보완, 확보가 요구되는 결함요소들을 찾고 개선하는 것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이러한 결함요소들을 드러내고, 인정하는 과정은 자연적으로 인간이 갖는 부정적인 정서 형성을 자극한다. 형성되는 정서들 중에서는 죄책감이나 후회 등을 통해 지나친 자부심으로 인한 오만과 과신을 통제하고, 잘못을 고치려는 긍정적 행동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수치심이나 좌절감, 무능력감, 공포나 두려움을 자극하여 상황의 회피나 책임전가, 배척하는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 행동으로 잘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고등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간의 정서역량(Emotional Competence)이 그것인데, 이를 연구한 학자들은 공감능력, 자아에 대한 높은 이해, 상호 모순되는 관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올바름의 추구와 같은 덕행적 요소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조절할 줄 아는 능력 등을 갖추었을 때, 부정적 정서들을 긍정적 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서역량은 그 자체가 자아라던지 통합이나 화합, 미덕과 같은 긍정성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배양되거나 형성되는 것이며, 지나친 자부심 같은 긍정적 정서가 문제가 되는 상황은 대개 일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거나,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오늘날처럼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일상화되어 본인이나 조직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나 확신이 어렵고, 정서적 여유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서역량을 배양하는 것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오늘날 경영환경 속에서 대개의 사람들이나 조직은 부족한 정서역량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고, 이 상태에서 부정적 정서 자극은 부정적 행동만을 자극하는 비효율적 접근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로 변화를 성공적으로 지속해 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긍정적인 정서들, 예컨대 성취감이나 성장가능성에 대한 자기확신, 변화해 가는 과정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 희망, 흥미, 호기심, 사랑은 부정적 정서와 양립될 수 없는 것인 반면에, 지나친 위기강조나 실제 위기감을 자극하는 내/외부 사건(구조조정, 동료의 이탈, 조직과 일에 대한 문제나 결함에 대한 대화 등)은 긍정적 정서의 형성을 방해하고 심지어 부정적 정서가 조직 전반에 확산되어 하나의 집단가정이 형성되게 만들기도 한다. 불안이나 두려움, 무기력감이나 좌절감이 만연해지면서 소외감이나 배척감, 자기방어기제를 유발하거나 긍정적 정서 형성을 위한 시도 자체를 차단하기도 한다.

실제 당장 긴급하게 변화가 요구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기업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대개의 경우 사업이나 재무, 혹은 경영진의 리더십 차원에서 위기가 직면했거나 이미 발생한 상태일 수 있고, 아니면 그동안의 변화나 개선시도가 복잡한 이해관계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중단되거나 좌절되는 경험이 만연한 상태일 수도 있다. 전자는 현재~미래에 대한 부정적 확신이나 직장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집단가정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학습된 무기력이 집단가정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태에서 위기감을 자극하는 행위는 기존의 부정적 집단가정을 강화할 뿐이지 긍정적 행동변화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셋째로, 애초에 공포나 두려움,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자극하는 접근들이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적응적 이익을 거두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일상화된 변화 속에서 끊임없는 적응과 회복을 도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거두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특정 정서의 범주가 있다고 보거나, 행동과 심리변화가 함께 작동한다는 관점에서 설명된다. 예컨대 회피나 공격적 행동이 공포나 두려움, 불안의 영역에서 함께 작동한다면, 새로운 지식이나 영감을 얻기 위한 상상이나 몰입 등의 행동은 즐거움이나 호기심, 관심 등과 함께 작동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기업의 관점에서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은데, 만일 구성원들로부터 단순하지만 명확한 몇 가지 행동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것이라면 하지 않을 경우에 패널티나 부정적 결과를 강조하는 등의 부정적 정서를 자극하는 것이 유효할 수 있어도, 기존의 전략이나 보편적 지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나 일에 대한 꾸준한 집중을 유도하려면 그 일이 갖는 가치나 의미를 자극하거나, 그 일을 해냈을 때 일어날 좋은 변화를 인식시켜 줌으로써 일에 대한 소명의식이나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등의 접근이 보다 유효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실수나 실패가 동반되는 불확실하고 모호한 일이나 사업에서 반복적 시도를 돕는 회복탄력성에 개인이나 집단이 갖는 효능감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되고, 그 효능감은 결국 지속적인 성취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인정받고 칭찬받는 경험을 해 나가는 것임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위기감을 고조하거나 부정적 정서 형성을 유발하는 접근들은 변화의 방향이 명확하고, 기대하는 변화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며 단기간인 경우에는 유효할 지 몰라도, 창의성이나 헌신, 몰입과 같이 지속적이며 영속적인 행동변화를 기대한다면 긍정적 정서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특히 부정적 정서 형성이 너무나 쉬운 오늘날 경영환경에서는 부정적 정서 형성을 유도하는 접근들이 조직 안에 악순환을 유도하며, 오히려 긍정적 정서 형성에 편중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은 많은 이들의 오해와 다르게 실용적이고 또한 현실적 접근을 강조하기도 한다.

먼저, 긍정적 정서 형성을 통해 조직변화를 유도하는 접근들이 자칫 조직 안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심어 위기를 무시하거나 변화를 거부하고 안락지대에 있게 만드는 접근이라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들이 강조하는 방향 자체가 아니다.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은 일종의 전략적 낙관주의 접근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거나, 보다 대담하고 초월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나 긍정적 요소들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일종의 부정적 낙관주의를 강조하는 접근이 아니다. 전략적 낙관주의는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에 기반하여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 적응력이자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창조하려는 관점을 말하는 것이며 이는 구성원 본인과 동료에 대한 신뢰, 이타심, 긍정적 인간관계, 인정과 칭찬, 감사 행위, 미래에 대한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담론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배양된다. 무엇보다 필자가 강조하는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들이 강조하는 ‘긍정’은 올바름을 추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경험가능한 성취감이나 성장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지 단순히 기쁨이나 만족감 등의 쾌락적 요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케세라세라(Qué será, será)’식의 접근은 애초에 조직변화 접근이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이 현재 구성원들이나 기업이 인식하는 분명한 문제들을 무시하거나 축소하여 실제 구성원들의 불만이나 관심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방치한다는 인식이다. 이 또한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에 대한 분명한 오해이다.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은 먼저 대상 집단이나 구성원이 가진 가장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긍정요소(Positive Core)를 발견하고 확신하게 만든다. 이 요소는 그들이 효능감을 갖게 하는 원천일 수도 있고, 자부심이나 정체성의 근원일 수도 있다. 자신의 일에 전념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나 목적일 수도 있다. 이것을 가장 구조적으로 잘 발굴하도록 돕는 대표적인 모델이 Appreciative Inquiry이다. 핵심긍정요소들을 기반으로 그들이 본래 이루고자 하는 가장 최고의 모습, 혹은 이루고 싶은 가장 최선-최고의 조직이나 일하는 방식, 사람에 대한 모습들을 그리고 구체화하는 과정 속에서 지금 현재 즉각적으로 도입하거나 적용가능한 제도나 시스템, 프로세스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제도나 시스템, 프로세스들은 이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일 수도 있으며, 기존의 인식하던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변화대상집단이자, 변화를 실행해야 하는 이들(구성원과 조직) 관점에서 고무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요소에 기반한 변화방향인 만큼, 변화에 대한 수용성이나 의지도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측면에서 보더라도 분명히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은 실용적 접근인데, 구성원이나 작은 단위 조직에서 불만이나 두려움,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들은 그들 스스로의 결정과 실행을 통해 변화가 가능한 요인과 기업 차원의 노력을 통해 변화가 가능한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은 이 중에서 다양한 이해관계, 역학관계로 인해 해결이 어렵거나 지난한 기간이 요구되는 요소들 보다는 그들 본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요인들을 직접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개인과 집단 효능감을 높이고, 높아진 효능감이 기반하여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도록 돕는다. ‘이건 위에서 해결해주지 않으면 답이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등의 부정적 집단가정이 아니라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내가(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우리가) 바꿀 수 있고, 바꿔가고 있다’의 긍정적 집단가정을 형성하는 노력이, 재량권의 범위가 협소한 반면 구성원의 감정, 집단정서에 큰 영향을 주는 팀 규모의 작은 단위 조직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유효하다는 의미이다.

분명 오늘날 경영환경은 사람들에게, 기업에게 무기력감과 좌절, 공포와 두려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위기를 모면하거나, 안돈하려는 접근을 하기 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조하며, 보다 도덕적으로 올바른 미래와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업과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비관적 미래보다는 희망을, 제한된 자원과 한계요소보다는 가능성과 기회요소를 찾는다. 진정한 긍정적 조직변화 접근은 모든 사람과 기업, 나아가 사회가 그럴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