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3년 8월

일상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시도의 가치

‘안녕하세요’ 인사, 업무 전 ‘파이팅’ 문자, 퇴근 때 ‘수고했다’ 한마디. 누군가에게는 형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작은 상호작용이 실제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10년 전 한 연구원의 워라밸 캠페인이 답을 보여준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3년 8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업무가 시작하기 전에 ‘오늘 하루도 파이팅’이라고 문자를 보내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수고했다’ 말하는 작고 간단한 상호작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누군가에게는 의례적인 형식적 활동일 수도 있는 소소한 상호작용들이 실제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십년 전 국내 실제 한 연구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당 연구원은 당시 주목받던 업무효율화, 워라밸 기조에 맞추어 8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 불필요한 야근이나 잔업을 줄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단순한 홍보나 선전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 업무프로세스나 환경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동반했는데, 6시에 업무종료가 되면 중앙관리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들의 PC를 끄고, 야근을 하려는 경우 별도의 사유서 작성 및 팀장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했다.

연구원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 구성원들의 행동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그들은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야근 상황을 피하기 위해 8시간이라는 정규근무 시간 내에 본인들의 업무를 처리하려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근무 시간 내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휴식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무공간에서 벗어나는 일도 줄어들게 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연구원의 변화 노력은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연구원은 그들이 예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동료의 업무에 무관심해지고, 자신의 담당 업무가 아닌 일에 대한 지원이나 협력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유관부서와의 조율이나 조정이 필요한 일들에 대한 긴장이나 갈등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모두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집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연구원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새롭게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팀빌딩이나 교류회, 단합대회 같은 성격의 활동들은 자신들의 담당 업무를 처리하는데 급급한 구성원들의 반발이나 저항을 피하기 어려웠고, 소극적이거나 형식적 참여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나름의 순기능이 있는 지금의 업무환경/프로세스를 다시 예전으로 원상 복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특히 원상복구는 그들이 시도한 노력이 실패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기에 더더욱 고민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원에 한 경력직 입사자가 채용되어 한 팀에 배속되었는데, 그는 자신의 소속 팀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업무와 유관된 다른 팀-부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이나 업무를 수행하는지 알기 어려운 상태라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다들 각자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무작정 말을 걸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임을 알게 된다.

이 때, 이 구성원은 한 가지 단순하고 간단한 행동 하나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인사’였다.

이 구성원은 출근하면서 사무실 복도를 지날 때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모습이 담긴 출입카드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자신을 소개하고는, 상대방의 이름과 팀 정도를 간단히 소개받았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누군가는 평소 잘 알지 못하던 그의 ‘인사’에 당황하고 어색하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얼떨결에 그에게 자신의 이름과 팀을 소개하는 시간을 즉석에서 갖기도 했다. 그의 ‘인사’ 행위는 한 달가량 진행되었으며, 어느 순간부터 그의 ‘인사’ 행동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변화는 한 달 사이에 조금씩 일어났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가 ‘인사’할 때 미소를 띄거나 반갑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에 들어온 경력직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안면을 익히고 자신도 소개할 겸 그처럼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연구원 전반에 인사하는 행위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인사하는 김에’ 자신의 업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거나, ‘인사하러 간 김에’ 정보를 듣거나 전달하는 일도 생겨났다. 처음 인사를 시작했던 ‘그’ 조차 예상하지 않았을 조직 전반의 변화가 누군가의 꾸준한 ‘인사’로 일어난 것이다. 최대한 야근은 자제하되, 정말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 자신의 일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말을 걸어준 동료’의 사정을 듣고, 그와 나의 일이 연결되어 있음을 듣고, 최대한 도움을 주려는 시도나 행동으로 나아간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 서로가 주고받는 작고 소소한 상호작용은 때로는 조직이 큰 비용과 제도적 변화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너무나 간단히 해결해내고는 한다. 그것이 순수하고 선한 의도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의 사례이다. 바로 2023년 올해 일어난 일이다.

한 기업이, 팀 단위의 작고 소소한 일상적 변화를 통해 그 팀의 일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과 조직, 사람들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회복하고, 나아가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스스로 정렬하게 만드는 접근을 시도했다.

그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이전과 달리 특별한 통제나 관리 없이, 그 팀의 일원들이 외부 컨설턴트와 만나 자체적으로 3번의 일정을 잡고, 그 3번의 일정 동안 자신들이 추구하는 문화적 방향성을 스스로 정의하게 내버려두고,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 또한 어떠한 통제 없이 오로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선택하고 시도하게 용인했다. 심지어 자신들이 선택한 활동을 하지 않는다 하여 어떠한 강요나 지속적인 권유 노력 또한 외부에서 발생하지 않게 했다. 자신들의 팀 문화를 분석-정의-변화방향/방안의 수립-성찰과 회고(재분석)의 사이클의 추진과 제어는 오로지 그 팀의 리더와 멤버들의 몫이었다.

팀 멤버들과 컨설턴트는 팀의 문화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순수하게 자신들의 일상과 업무 경험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 처음 출근했을 때 느꼈던 설레임, 일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성취감과 성장감, 가족이나 동료로부터 느끼거나 들었던 기대와 지지, 이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에서 느꼈던 자부심 등 그들 스스로가 의미를 느꼈던 순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 순간들 중 가장 최고의 순간을 후배에게 남기고, 다른 팀들에게 ‘당신들도 경험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고’, 무엇보다 앞으로 이 회사, 이 팀에서 일하면서 매일 경험하고 싶은 문화의 기준으로 삼게 했다.

기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꽤나 격렬했다. 어떤 이는 과거에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들이 현재 경험하기 어려운 것에 대한 한탄에서 출발했다. 어떤 이는 본 접근이 갖는 숨겨진 의도가 있지는 않은 지 의혹을 갖기도 했다. 어떤 이는 가장 의미있던 순간을 얘기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도출된 본인들의 팀 문화 방향성은 자신들이 그동안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고무적인 방향성이 나왔다. 그들은 ‘진전되는 감각’과 성취, 그리고 성장을 매순간 경험하길 바라는 팀(나)의 모습을 설정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정의한 팀의 문화 방향성은 사용된 단어만 다를 뿐, 세부적인 개념이나 내용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방향성과 놀랍도록 일치했다는 점이다.

기준이 만들어지자, 그 기준에 맞게 행동하는 우리(나)의 모습과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인들이 자연스럽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도구나 자료의 확보부터 서로에게 적극적인 도움이나 조언, 성찰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신체-정신의 상태부터 공식적인 내부 활동까지, 그들은 논의하는 모든 내용들이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숙제’일 수도 있음에도 솔직하게, 최대한 다양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팀의 추구 문화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들을 토대로, 그들은 자신들이 그려낸 문화를 실제로 경험하기 위해, 그 문화를 같이 경험할 동료들을 위해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프로그램 다루는 능력이 좋은 이는 업무에 필요한 자료나 양식을, 어떤 이는 자신이 가진 풍부한 여행 경험이나 요리 실력을 살려, 동료들을 위한 여행과 식사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어떤 이는 팀에서 곧 담당하게 될 업무 관련 정보를 먼저 공부하고 공유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 모든 선택의 과정은 놀랍게도 누구도 권유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었다. 컨설턴트는 2번째 만남 시간까지, 그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활동들을 해 나가면서, 동료의 활동을 경험할 때는 그 노력에 감사를 표현해주고, 자신의 활동을 수행할 때는 자신의 기여를 통해 일어나는 팀 내 소소한 변화들을 만끽할 것을 주문했다. 안하는 이를 탓하기 보다, 하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할 것을 강조했다.

한 달의 시간이 흘러, 컨설턴트가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꽤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컨설턴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그들은 그런 표정을 지을 자격이 있었다. 그들 중 업무와 관련한 자료와 도구를 만들어 공유했던 멤버의 노력과 완성된 자료/도구를 적극적으로 업무 방향/지시에 활용한 팀 리더의 노력 덕분에, 그들은 동기간 내 기업 내 최고의 성과(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동료들을 위한 여행과 요리가 포함된 리프레시 캠프도 실제로 이뤄졌다. 그들은 컨설턴트에게 요청하지도 않았던 사진이나 캠프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리프레시 캠프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몇 년만에 팀원들이 함께 모여 그동한 고생했던 일들, 기뻤거나 힘들었던 순간들을 공유하고 그 때 도움이 되었던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본 경험을 인상깊게 기억한 이도 있었고, 동료 덕분에 따라간 캠프에서 멍하니 별을 바라본 순간이 근 몇 년 만에 있었던 휴식이었다고 이야기한 이도 있었다. 정신적 압박감,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일할 때 좀 더 차분하고, 부정적 감정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 이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동료들의 노력들이 실제 가능하게 만든 것은 놀랍게도 한 팀원의 소소한 격려와 꾸준함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팀원은 첫 번째 만남 자리에서 각자 자신이 가진 강점이나 특별한 기술을 자신들이 추구하는 팀 문화 요소와 연결하여 선택했던 것에 반해, 자신은 특별한 강점이나 기술이 없어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에 집중하려 했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수동적이고, 형식적 참여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만남 이후 그가 한 응원과 격려는 절대로 형식적이지도, 수동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업무가 끝난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면서도, 야근을 하고 있을 동료, 혹은 축하나 격려, 위로가 필요한 동료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식당에 적힌 글귀나 문구, 운전을 하면서 스쳐가는 라디오 속 음악들은 그가 동료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이나 격려를 전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었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이 음악을 들으니 평소 락을 좋아하던 당신이 좋아할 거 같았어요. 출장 길에 들어보세요.’와 같은 짧고 간단한 응원이나 격려의 글을 그가 발견한 컨텐츠와 함께 보내는 노력은 매주 이어졌고, 동료들은 그의 응원이나 격려가 자신들이 하기로 한 활동들 또한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했음을 인정했다. 누군가의 일상적 기여가 팀에 일어난 다양한 역동적 변화들이 실제 추진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에게 있어 이제 문화는 누군가 만들어낸 문구를 외우거나 핵심가치에 적힌 행동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고뇌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과 업무에서 성취감과 성장감을 경험하거나,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긍정-부정적 감정을 경험하는 서로를 위한 최선의 행동을 해 나가고, 그것에 대한 소소한 감사나 고마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구현되는 그들의 일상과 업무가 그들이 정의하는 문화이다. 그들은 이제 일상의 작고 소소한 노력들이 각자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주변을 보라. 당신이 오늘 하루 순수하게, 당신의 주변 사람들을 위한 작고 소소한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 당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있다면 한 번 꾸준히, 순수하게 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시작한 작고 소소한 변화가 당신과 당신의 조직에 일어날 거대한 변화. 당신이 추구하고 원하는 문화로의 여정은 거기서 시작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