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변화? ‘긍정적 관계’를 만드는 노력이 우선
구성원이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일에 몰입하며, 조직에 필요한 일들에 기꺼이 참여·기여하게 만드는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해진다. 그 뿌리에는 긍정적 관계가 있다.
조직문화 변화? ‘긍정적 관계’를 만드는 노력이 우선.
구성원이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일을 수행하게 하는 데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성원이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나아가 조직에 필요한 다양한 일들에 기꺼이 참여하거나, 기여하려는 행위를 장려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조직문화적 변화 차원에서도, 구성원들의 이러한 자발적 변화 노력을 기대하거나 활용하려는 접근들이 다수 있다. 변화관리자(Change Agent)를 선발하여 이들이 자체적으로 조직문화 변화를 주도하게 만들려 하거나, 아예 중앙관리 형태의 공식적 조직을 구축하는 것 외에 각 현업-실무 조직마다 별도의 조직문화 전담 인력을 편성하여 해당 인력이 동료-리더들과 함께 자신들의 상황에 필요한 조직문화 개선 노력을 주도할 수 있게 만드는 접근들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일상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기는 하다. 기존의 중앙관리형 조직체들, 예컨대 조직문화팀이 있다고 해도, 조직의 규모가 비대해진 경우 조직문화 담당자가 각 실무 조직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화적 이슈들을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해당 이슈들이 어떠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지를 분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조직문화팀에 본인들의 이슈 발생 원인을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조직 내부의 관계(정치적 역학관계를 포함하여)를 잘 이해하고,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역량을 갖춘 구성원이 변화를 주도하고, 조직문화팀이 필요한 영역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조직문화팀의 입장에서, 혹은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자발적 변화들을 촉진하고 강화하기 위해 지원해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높은 수준의 재량권(Domain)도, 명확한 책임범위(Responsibility)도, 자신의 업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확보하고 배양할 수 있는 학습환경이 필요할 것이다. 개개인의 주도적인 업무처리가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고 실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처리 과정-경로와 디지털 업무환경도 도움이 된다.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조예나 경험이 있는 인력을 변화 과정에 참여하게 만듦으로써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필자가 나열한 것들은 한 가지를 전제하고 있을 때에나 그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바로 ‘의지(Will)’, 혹은 동기가 그것이다.
이 모호하고 보이지 않는 의지, 동기라는 것은 가시적이고 객관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촉진-강화요소들과 함께 우리가 기대하는 개인과 조직의 퍼포먼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로 한다. 의지나 동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경우 가시적인 변화들을 위해 투자한 자원들이 형식적이거나 이벤트성으로 활용되고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특히나 이 의지나 동기가 우리가 추구하는 개인과 조직의 변화 의도(목적)에 맞게 작동하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았던 부정적인 현상들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고, 심한 경우 변화 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의지라는 것, 동기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필자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그동안 기업에서 변화관리자나 혹은 리더들에게 제공되었던 의지-동기 강화 접근들은 크게 보면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역할이 갖는 의미와 가치’로서의 무형적 요소였으며, 하나는 ‘고과 인정이나 연수기회, 상품권’ 등의 유형적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간단히 보자면 허쯔버그(Frederik Herzberg)의 동기-위생요인에 입각해 봤을 때 필요한 요소들이라 할 수 있다.
역할이 갖는 의미나 가치를 강조하는 시도들은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데 목적을 두는 접근들이며 대상자들에게 자신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이며, 동시에 그 역할 수행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자부심’을 형성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위해 때로는 경영진이 직접 이들에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기업의 중요한 전략방향과 기대하는 내부변화 방향을 연계하여 소개하기도 하는 등 무엇인가 ‘크고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가는 핵심임을 인식시켜주려는 노력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는 런던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교수가 주장하는 변화를 위한 질적인 상호작용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는데, 루이스는 변화에 참여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임을 자각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 변화 과정 중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실제 자생적 변화와 일방향적 변화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로 참여자에게 자기 스스로를 ‘변화 대상자’로 느끼게 하는 것과 ‘변화 주도자’로 느끼게 하는 것이 있음을 보면, 더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접근이기도 하다.
둘 째로, 유형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역할을 수행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음을 체감하게 해줄 뿐더러 기업의 상황에 따라 보상의 규모를 통해 그 역할이 기업에서 갖는 가치나 중요도를 수행자를 포함한 조직 구성원들이 자각하게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Eisenberger & Rhoades, 2001). 또한, 자신들이 수행한 노력이 조직의 변화에 분명한 기여가 되었음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Ota Hajime, 2020).
상기한 두가지 접근은 분명 변화 노력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의지나 동기 형성에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그동안 꾸준히 시도된 접근인 것도 맞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두 가지는 분명한 한계, 또는 주의해야 할 영역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역할이 갖는 의미나 가치를 강조하는 접근들이 궁극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것은 구성원 개인의 소명이나 목적과 맞닿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성원 본인이 변화노력을 수행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이유나 동기요소를 건드려야만 하는 것인데, 역할이 갖는 가치나 의미를 강조하는 과정들이 지나치게 조직(기업) 차원의 전략적 목표 달성이나 핵심역량 확보만을 강조하는 경우, 개인의 성장이나 가치 추구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은 구성원에게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비단 젊은 세대들 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자신)의 생존이나 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오늘날 경영환경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보상의 형태나 규모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실제 국내 한 연구기관에서 변화관리자들의 인사평가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는데, SNS 등을 통해 ‘현업 성과’와 별개로 가산점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구성원들이 발생한 경우도 있으며, 보상 자체에만 목적을 두고 본질적 변화 노력보다 보여주기 식의 변화에 집중한 사례, 보상으로 제시된 요소들이 변화 참여자들의 기대나 니즈에 부합되지 않아 별다른 동기요소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요소 외에, 실제 구성원들의 자발적 변화 의지와 동기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변화에 참여하는 이들이 경험하는 주변 동료-리더, 나아가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긍정적 관계’ 인식이 그것이다.
긍정적 관계는 듀톤(Dutton)과 히피(Heaphy)가 제시하는 ‘직장 내 훌륭한 관계High-Quality Connections)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에드가 샤인(Schein)이 말하는 인간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듀톤과 히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로 간에 감정을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고차원적 정서 전달 능력(Higher emotional carrying capacity)과 높은 수준의 호혜성, 상호의존성을 갖추어 사람 간에 유연하고 강력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관계를 말한 바 있으며(2003), 에드가 샤인은 높은 수준의 진솔함과 신뢰를 쌓아 긍정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서로 알아가는 단계가 ‘인간적 관계’로 복잡다변한 경영환경에서 조직 차원의 일에 대한 자발적 헌신과 몰입을 위해 필요한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긍정적 관계란 구성원들이 자신을 둘러싼 이들과의 관계를 ‘서로 간에 어떠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일종의 거래나 대가를 즉각적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로 인식하여 언제든 자신이 먼저 기꺼이 도울 의사가 있는’ 관계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긍정적 관계에 속해 있다고 믿는 구성원이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 것과 이러한 관계 속에 있지 않다고 믿는 구성원이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을 때의 효과는 분명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조직문화 변화 활동들의 내용들은 엄밀히 말해 참여하는 구성원 본인에게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이익과 관련된 것이기 보다는, 참여자를 둘러싼 동료와 리더, 나아가 조직 전반을 향한 헌신과 기여 행위라 볼 수 있다. 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소위 ‘남 좋은 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 관계에 속한 이들의 관점에서 ‘남 좋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여를 통해 동료나 리더, 조직의 역량이 상승하거나 정서가 전환되고, 업무의 흐름이 선순환 구조가 되었을 때 자신에게도 분명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믿는 이들에게 있어 자신의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정서(보람이나 만족감, 성취감, 자부심)를 경험하는 것 자체에 긍정적 감정(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긍정적 관계 자체가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를 이겨내고, 장애나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만드는 훌륭한 동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긍정적 관계에 속한 동료나 리더들의 감사나 격려, 지지와 같은 인정과 칭찬 행위는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이들의 효능감과 회복탄력성 등 긍정심리자본을 형성하는 데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며, 변화관리자들의 변화 수행 노력이 지속되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심지어 외부에서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추가적인 자원이 없이도 자연 발생하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긍정적 관계가 변화 수행자들의 의지나 동기를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인정한다면, 조직문화팀은 그동안 수행된 접근의 대상 범위를 ‘변화수행자’ 자체에만 집중했던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조직문화 변화 과정의 전-중-후 동안 변화 수행자로 참여하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그들과 일상-업무를 함께하는 이들이 서로를 긍정적 관계를 이미 맺고 있거나, 맺을 수 있는 집단으로 느끼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기여하는 과정에서 경험가능한 ‘즐거움과 보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변화 수행자의 기여와 헌신의 내용, 그들의 기여가 주변 이들에게 미치는 선한 영향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이를 평가절하하거나, 부정적으로 왜곡하려는 부정적 소수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들의 영향력이 확산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은 조직문화팀만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며, 작게는 팀 리더부터 상위의 리더들, 경영진들이 각자가 담당한 조직 내 구성원들과 함께 시도해야 한다. 리더부터 긍정적 관계가 갖는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며, 리더가 조직 내에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는 리더십 역량을 쌓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긍정적 관계를 단순히 놀이나 수다를 함께하는 사교적 관계로만 인식하는 오해에서 벗어나 서로가 의존하면서 실패나 문제를 해결하고, 취약점을 보완해주는 동반 성장의 관계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며 이는 개인주의와 무관한 개념임을 일깨워야 한다.
이 외에도 긍정적 관계 인식과 형성을 위해 시도해야 하는 노력이 많다. 어찌보면 이 자체가 조직문화 변화 시도의 목적이 될 수도 있고, 변화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수행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제가 될 수도 있다. 긍정적 관계로 인식하지 않는 동료나 리더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추가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아서 수행하려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진정성있게’ 하려는 이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기대하는 변화된 개인과 조직의 모습 자체도 어쩌면 ‘긍정적 관계’ 형성 그 자체를 통해 자연적으로 발현가능한 모습은 아닐지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