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적 변화를 이끄는 조직문화 접근
자생적 변화를 자연적 변화의 동의어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외부 개입 없이 시간만 흐르길 기다리는 자연적 변화와 달리, 자생적 변화는 구성원이 변화의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고 외부는 지속적 상호작용으로 이를 지원한다.
자생적 변화를 말하기에 앞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계획적 변화 접근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자생적 변화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점이다. 흔히 ‘자연적 변화’라고 말하는 개념이 그것인데, 자연적 변화가 외부에서 일체의 개입 없이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발생하는 변화이며 변화의 결과를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면, 자생적 변화는 오히려 자연적 변화보다 계획적 변화 접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생적 변화와 계획적 변화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통상적인 계획적 변화 접근이 변화의 방향과 방법, 방법의 실행 기간의 최종 결정을 외부의 경영진이나 기획조직이 한다면, 자생적 변화 접근은 그 모든 것을 실제 변화를 실행해야 하는 대상 조직의 구성원들이 하되, 외부의 경영진과 기획조직은 이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방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외부에서도 기대하는 긍정적 경험과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게 하는 것이다. 즉, 변화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동안 변화의 주도권을 가졌던 경영진이나 기획조직의 역할이 ‘관리자, 전문가’에서 ‘동반자, 협력자’로 전환하는 것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자생적 변화는 변화 대상 조직이 변화를 실행할 때 최선의 결과를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잘 고안된 변화 프로세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변화를 주도한다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플레이그라운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공간 안에는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을 잡거나, 그들의 현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적절한 진단과정이 존재한다. 또한 변화의 방향과 방법을 잡고 이를 전개할 때 유용한 적절한 도구를 경험하거나, 습득할 수 있는 경로와 과정이 존재하고, 무엇보다 변화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이나 조직 차원의 저항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안과 단계가 존재한다. 이 외에도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의 규모나 수준이 그들이 가진 재량권을 벗어날 때,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외부의 경영진, 상위조직과의 접촉 경로도 존재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철저히 변화 대상이 되는 조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생적 변화 접근이다.
정리하자면 내부의 구성원들이 조직문화 변화 방향과 방법을 주도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그들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변화 실행 과정을 경험하는 과정이 자생적 변화이며, 외부에서는 이들이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확보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여러 문제들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경로와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자생적 변화이다.
실제 필자가 23년 한 해 동안 수행한 모든 조직문화 관련 접근들은 이러한 자생적 변화 접근을 적용한 것이었으며,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 관점에서 내부 단위조직의 조직문화 변화 방향과 방법을 정렬하기 보다는, 내부의 단위조직과 구성원 각자가 추구하는 변화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면, 그것이 회사의 비전이나 전략, 가치와 잘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접근을 수행했다. 5명 내지 15명 내외의 작은 팀 조직들이 그들 스스로가 추구하는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게 했으며, 심지어 현재 수행 중인 업무의 방식이나 도구까지도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참여한 팀들 모두가 그들이 추구하는 문화와 관련한 새로운 행동,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팀원 한 사람당 최소 1개 내지 3개의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행동이나 일을 시작했고, 조직 내 역학관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강화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들 내부의 시도가 단순히 그들의 업무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유관 부서들의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 추가적인 자발적 노력을 발휘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들 스스로에게 변화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인지시켜주고,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를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일어난 놀라운 성과들이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자생적 변화 접근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_개인이든 조직이든 부정적 영역과 긍정적 영역이 공존하고, 심지어 이동한다.
한 개인의 내면상태부터 시작하여, 한 조직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영역과 긍정적 영역은 동시에 존재한다. 부정적 영역은 개인으로 보면 무기력이나 회의감, 나태, 불확신과 의심, 관성, 경제적 두려움, 조직이나 일, 혹은 변화 방향에 대한 인식-이해수준을 비롯하여 변화에 저항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으며, 조직으로 보면 변화 방향과 상충되는 공유된 믿음이나 가치, 부족한 자원과 권한, 고착된 일하는 방식, 타 조직과 연계된 일의 특성상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 감당해야 하는 유관부서와의 조율 문제 등이 그것이다.
반대로 긍정적 영역은 변화를 갈망하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개인과 조직 차원의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희망이나 낙관, 개인과 집단차원의 효능감, 회복탄력성, 변화의 목적 그 자체이거나, 목적과 관련한 공유된 믿음과 가치, 확보한 자원이나 역량, 권한 등이 그것이다.
자생적 변화 접근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부정적 영역과 긍정적 영역을 모두 갖고 있으며, 심지어 수시로 특정 영역으로 전반적인 사고의 흐름이 이동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즉, 두 영역은 어느 한 영역이 다른 한 영역의 자리를 침식한다 거나 현재의 상태가 불변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특정 영역에 대한 지각과 사유, 행동, 대화의 빈도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생적 변화 접근은 변화를 추진하는 기간 동안 개인이나 조직 모두 그들이 가진 긍정적 영역에 최대한 집중하도록 돕는다.
‘누구나 변화에 저항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변화를 갈망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변화의 방향과 방법을 직접 결정하고,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사람’조차도 변화 추진과정에서 언제라도 변화를 거부하거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부정적 영역에 빠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생적 변화 접근은 가능한 정기적으로 참여자들이 그들이 가진 긍정적 영역을 지속적으로 자각하도록 돕고, 그날 하루, 그 주에 긍정적 영역에 속한 개인과 조직을 찾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접근이다.
2_변화에 대한 주도권을 주되,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조언한다.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임을 인정하면서 자기 스스로와 서로를 위한 현명한 결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kohn Corrigan, & Donaldson, 2000)은 자생적 변화 접근의 또 다른 핵심 중 하나이다.
자생적 변화 접근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변화 대상이 되는 조직에게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도록 돕는 과정을 외부에서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생적 변화 접근은 오히려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다양한 정보와 사례, 외부의 의견이나 생각을 공유하고 전달함으로써 그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심하고, 더욱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최종 판단과 결정은 어디까지나 주체인 대상조직의 리더나 구성원이 하는 것이지만, 그들이 자신의 판단과 결정이 ‘어디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조직이나 사람들에게도 본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미덕이나 기여, 헌신의 관점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회사나 조직의 방향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점검하고, 궁극적으로 ‘충분히 올바른, 선한 결정인가’에 대한 고민과 검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능하다면 ‘우리가 결정한 방법이 잘못된 것일 경우,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까지 고민하게 해야 한다.
또한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나 장애요인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나 지원을 제공한다. 심리적 요인이나 기술, 구조적 요인 등 다양한 장애요인들이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대상 조직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3_ 성공과 성취, 성장의 경험을 최대한 자주, 최대한 빨리 제공한다.
자생적 변화 접근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변화를 주도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결정한 방향이나 방법에 대한 확신을 최대한 빨리, 강하게 가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결정한 변화 방법을 수행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긍정적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 조직이 자체적으로 시도 가능하고, 즉각적으로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일상-업무 영역에서의 작은 변화들이 방향과 방법에 반드시 포함되게 해야 한다. 가능하면 각 개인마다 작은 변화에 대한 방향과 방법을 갖게 하면 좋으나, 적어도 조직 내 최소 한 명은 자신을 포함한 주변 동료들의 일상과 업무에 긍정적 변화를 제공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활동 과정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대한 즐거움과 변화를 통해 일어난 감정이나 관계, 업무에서의 긍정적 결과를 가능한 자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4_ 개인마다 가진 긍정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인식하게 한다.
자생적 변화 접근은 단순히 한 대상조직의 리더만이 아닌,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돕는 것이며, 본인 스스로가 변화에 주연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그들 각자가 가진 긍정적 특성을 확인하고,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을 담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간단히는 서로의 강점에 대해 공유해주는 것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버크만 검사나 BIG5 등 다양한 유형검사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를 쓰느냐 보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며, 그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하여 시도할 수 있는 일상과 업무의 변화는 무엇인지 찾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그 변화는 결코 본인 주변의 변화에 국한해서는 안 되며,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주변 동료들의 일상과 업무에 변화를 제공하여, 동료들이 변화를 시도하는 당사자의 강점을 인지하고, 변화를 시도한 당사자의 공헌이나 가치를 자각하고 인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생적 변화 접근은 위의 4가지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접근이다. 하지만, 저 4가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다. 자생적 변화 접근을 고민 중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