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4년 2월

일하는 과정은 즐거워야 하고, 재밌어야 한다

이 질문은 단순한 안부일 수도 있고, 리더가 구성원에게 대화를 시작하는 첫 마디일 수도 있다.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재미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조직문화의 본질적 질문이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4년 2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과정은 즐거워야 하고, 재밌어야 한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이 질문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요즘 일 어때? 즐거워?’ 혹은 ‘일하는 거 어때? 재밌어?’와 같은 것들 말이다. 단순한 안부인사로 쓰일 수도 있고, 리더가 구성원에게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첫 질문으로 쓰일 때도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당신 혹은 그 질문을 받은 당신의 옆 누군가의 답변 또한 들어보았을 것이다. 당신은 주로 어떤 답변을 들었고, 해왔는가?

물론 사람마다 어휘력의 차이도 있고,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사용한 단어 자체는 달라지겠지만, 결국은 크게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일하면서 어떻게 즐거울 수 있어?’, ‘재밌어서 일 하나?’라는 말을 주로 듣거나 해본 경험과 반대로 ‘요즘 재미있는 거 같아’, ‘요즘 일할 맛 나’라는 말을 주로 듣거나 해본 경험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어쩌면 단순한 감정 표현일 수도 있는 이러한 발언도, 하게 된 배경과 근거에 대해 파고 들어가 보면, 우리는 발언자가 경험하는 일상과 업무, 그 안에서 리더나 동료와 주고받는 상호작용, 조직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한 사람이 ‘일’에 대한 판단과 정의를 바꾸거나, 혹은 공고히 만드는 조직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해 특정 공간에서 일정 시간 동안 머리를 쓰거나 몸을 쓰는 활동을 말한다. 이 사전적 정의만 보더라도, 일 자체에서 우리가 얻거나 이루어 낼 수 있는 요소는 매우 폭 넓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가가 ‘돈’이 될 수도 있고, ‘건강’이 될 수도 있고, ‘자아실현’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그 요소를 동시에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즐거움이나 재미’는 그 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떤 이는 자아실현이나 돈, 혹은 건강은 일을 통해 얻는 결과라고 말하기도 한다. 즐거움이나 재미를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정은? 우리가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나 재미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필자의 생각은 ‘즐거울 수도, 재미있을 수도 있다’이다. 아니 ‘인간이기에 즐거워야 하고, 재밌어야 한다’가 필자의 생각이다. 당신이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건 간에 말이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철저히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필자의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가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심오하거나, 어려운 것일수록 일하는 과정은 즐겁고, 재밌어야 한다. 예컨대 높은 수준의 목표, 어려운 난이도의 일들인 경우, 우리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받기 쉽고,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나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확률이 높으며, 결과를 얻기까지 장기간을 소모해야 한다.

우리가 기계라면 스트레스나 압박감은 문제되지 않는다. 장기간 동일한 강도로 동일한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수나 실패가 발생한다 해서 자신감을 상실하거나 두려움이나 좌절감을 경험할 일도 없다. 심지어, 일 외적으로 발생하는 개인적 삶에서의 사건들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일하는 시간에 방해를 받을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이 모든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되고, 심한 경우 일 자체를 멈추거나 중단하게 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결국은 인간이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하는 과정이 어려울수록,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일시적인 쾌락적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자신이 해내고 있는 것, 나아진 것, 원하는 결과를 향해 상황이 진전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고 보람과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일하는 과정에서 했던 행동이나 만들어낸 산출물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실수나 실패했을 때도 해결 가능하고, 이겨낼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일할 때만큼은 편안하고, 고요하다는 느낌, 혹은 따뜻함이나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재미는 오늘날 경영환경에서는 더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기술과 시장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으며,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변화시키거나, 혹은 변화를 시도하는 경쟁사들의 대응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해 졌다.

이로 인해 한 명 한 명에게 요구하는 일의 난이도, 목표, 역할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거나 변화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조직의 구조, 일하는 방식을 경쟁적으로 배우거나 학습해야 한다. 심지어 새로운 기술과 시장변화에 대응 가능한 인재의 수준과 밀도를 높임과 동시에 유연성 또한 강조되면서, 이로 인해 직장이나 개인 커리어의 불안정성 또한 높아졌다. 이 모든 환경의 변화,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시도되는 기업 내부의 잦은 변화들은 구성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야기하게 된다.

실제로 <실험실의 쥐(LAB RATS)>의 저자 댄 라이언스(Dan Lyons)는 기업의 지속적인 변화가 구성원들에게 스트레스와 극도의 피로, 탈진을 일으키며, 그러한 지속적인 변화들 중 결국 실제 지속적 향상을 가져오는 경우는 30%에 불과했다는 2011년 포츠머스대학 게리 리스(Gary Rees) 교수와 샐리 럼블스(Sally Rumbles) 교수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은 직원들이 ‘인간’인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런던경영대학원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교수가 기업이 가시적(조직의 전략과 프로세스, 구조나 제도 등) 변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그 변화를 실효성 있게 구현해야 하는 당사자들인 구성원들의 변화의지나 공감, 변화 시도 과정 중에 발생하는 피로나 회의 등, 인간이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한 지속적 관리를 간과함에 따라 때로는 기업의 존폐위기에 이르는 심각한 변화 실패 사례를 만드는 명확성의 횡포(Tyranny of the Tangible)를 지적한 것에도 드러난다.

즉, 오늘날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시도하는 변화들이 성공하려면, 결국 실제 변화를 실행하는 구성원들이 변화 과정, 정확히는 일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실패하게 만드는요소(스트레스, 피로, 탈진, 회의감, 저항, 반발심 등)가 발생하는 것이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당연한 일임을 인정하고, 그들이 끊임없이 일에 몰입하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른 인간적인 요소들, 예컨대 일하는 과정에서 보람과 성취감, 동료애와 같은 온기 등의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인간의 뇌를 보더라도 우리는 일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김주환 교수는 본인의 저서 <내면소통>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서 지속적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일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고 괴로운 과정으로 인식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하는 과정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경험은 매우 필요한데, 정작 이 도파민은 ‘보상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새롭거나 불확실한 자극’에 대한 능동적인 추론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며, 결론적으로 도파민 회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늘 무언가를 처음 마주하는 상태인 것처럼 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우리가 일하는 과정을 단순히 어떠한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으로 뭉뚱그리거나, 특히 ‘성과급’이나 ‘승진’과 같이 당장 경험하기 어렵고, 심지어 기업 상황에 따라 예측가능한 ‘보상’을 위해 일하라고 독려하기 보다는, 매일 그날 하루에 있었던 동료들과의 상호작용, 일하면서 본 자료나 정보, 오늘 하루 나간 진도, 만난 고객과 유관부서와 있었던 일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그 자체로 새롭게 받아들이고, 그 자체에서 즐거운 감정들을 느끼려는 의식적 노력을 이끌어 주는 것이 결국 좀 더 우리에게 더 맞고, 필요한 접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기업이든, 오늘날의 환경을 보더라도, 그리고 인간 그 자체의 특성을 보더라도 조직문화는 다분히 인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떠한 핵심가치라도, 일하는 원칙이라도 어느 하나의 요소, 하나의 원칙 만큼은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 주변의 동료들과 감정을 교류하고, 온기를 나누며, 서로의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높여주는 데 유익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어느 하나의 가치, 하나의 원칙만큼은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과 즐거움, 의미와 가치를 일하는 과정, 매일의 일상 속에서 생각해보거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조직의 제도나 시스템, 프로세스 또한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은 비록 어렵고 힘들지만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다.’,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 해주고, 다시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조직의 기능과 시스템이 이를 돕는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회사는 인간 답게 일 하게 해준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휴가나 연차, 근무공간과 도구, 작업방식과 절차, 동료와의 관계 형성’에서 ‘인간 다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야 한다.

나아가서, 이제는 사람들이 ‘일이 재밌어서 하나?’나 ‘일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게 말이 돼?’라는 말이 아닌,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해볼까?’에 대한 질문이 당연한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일은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가 모든 기업 조직문화의 당연한 믿음이 되어야 할 때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일에 대한 미덕적인 즐거움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개인의 가치관이나 혹은 노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일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경험해야 할 중요한 조직문화 요소로 다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