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4년 4월

디지털 시대를 중요한 조직문화 접근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등장하는 로이 바이마이스터 교수의 고백은 우리 일상이기도 하다. 책을 읽기 어려워하고, 긴 글의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다는 풍경이 조직 안에도 침투해 있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4년 4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Stolen Focus)>를 읽다 보면 인간의 의지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권위자인 ‘로이 바이마이스터(Roy Baumeister)’ 교수로부터 들은 웃픈 발언이 나온다. 의지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그 조차도, 최근에는 주의력과 집중력이 예전만 못하며,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다시 기분이 나빠지지만, 그냥 굴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와 비슷한 일화는 너무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전과 달리 책을 읽기 어려워한다 거나, 조금이라도 긴 글이면 내용은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단 이와, 이를 지적하는 또 다른 이의 댓글, 내용이 길어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이의 댓글 등이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다.

개인의 집중력이 저하되는 이유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요인을 하나 꼽자면 개인이 한 가지에 진득하게 집중하기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이를 더욱 강화하는 기술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X(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다양한 SNS는 사용자들이 올리는 다양한영상과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기 쉽게 해줌으로써 또 다른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자극적인 컨텐츠를 향유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러한 SNS들이 앱으로 탑재된 우리의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진동과 소리를 통해 우리가 확인해야 할 새로운 정보들을 업데이트했음을 알려준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당신의 집중을 흐리게 만드는 컨텐츠들이 알아서 당신을 툭툭 건드린다.

여기에 더해, 기술의 발전은 우리 각자가 선호하는 가치, 혹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들 위주로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해줌으로써 우리의 관심을 더욱 사로잡는다. 신발을 구매하려고 한 개 사이트의 상품을 검색하더라도, 다양한 신발 상품들을 보여주고, 특정 장르를 한 번이라도 보면,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장르의 다른 영상물을 제시해준다. 스마트폰이든 PC든, 태블릿이든 뭐든 디지털 공간을 당신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것들 위주로 다채롭게 꾸며준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전은 무수히 많은 정보를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게 해준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발굴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삶이든 직장에서든 매우 특별한 가치를 제공해주었고, 한 가지 정보를 깊게 생각하며 해석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부추기듯이, 정보를 핵심만 간추려 전달해주는 기능과 매체, 개인이 범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분명 우리의 삶에 이점을 주기도 했지만, 분명한 단점들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소개했듯이 집중력의 저하가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요한 하리는 MIT의 얼 밀러(Earl Miller) 교수의 연구를 통해 기술 발전으로 인한 우리 일상의 변화가 4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말했는데, 첫째는 실제 집중하기 위해 투입하는 시간을 늘리고, 둘째는 피상적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더 자주 실수하게 만들며, 셋째는 창의력을 저하시키고, 마지막으로 기억력까지 감퇴시키고 있다고 소개한다.

요한 하리가 말하는 집중력의 저하는 오늘날 조직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얼 밀러 교수의 연구 결과 관점에서 생각해보라. 단순히 한 가지 일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아니라, 작업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쏟고, 자신이 했던 일들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며, 맡은 일마다 실수가 발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구성원들이 넘쳐난다고 가정해 보면, 이보다 심각한 HR 이슈가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집중력을 흐리게 만드는 일상의 변화로 인해 조직 안에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들도 예상할 수 있는데, ‘경청과 공감’ 능력의 상실, ‘타인과의 관계맺기’의 어려움, ‘부정적 정서의 증가’ 등이 그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 영역의 정보를 거의 무한정으로 볼 수 있는 시대는 달리 말하면 자신이 비선호하거나, 알지 못하는 영역의 정보를 접할 기회를 줄이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자동추천 알고리즘이 대표적인 것으로, 넷플릭스든 유튜브든 어떠한 미디어 매체여도 당신이 자동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한 공간에 접속하면 분명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당신 눈앞에 제공되지만 그것은 당신이 과거에 검색한 영역에 국한되어 당신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미처 알지 못하는 영역의 더 많은 정보들을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타인이나 AI를 통해 핵심만 정리된 정보들은 그 핵심에 이르기까지 원제작자의 사유 과정, 사고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간을 없애 버린다. ‘What’은 이해할 수 있어도, ‘Why’와 ‘How’까지 당신이 깊이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을 뺏는다.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더 많이 확보할 수는 있어도, 정작 그 정보를 원작자만큼 이해하거나, 공감하지는 못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실제 ‘가상현실’이라는 이름을 처음 고안하고 상용화한 인물인 재런 러니어는 그의 저서<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Ten Arguments For Deleting Your Social Media Accounts Right Now)>를 통해, 이러한 자동추천 알고리즘이 일종의 부족주의를 부채질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며, 개인 자신의 세계관을 왜곡시키고, 타인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등 공감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요한 하리나 재런 러니어 모두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긍정적 자극보다 부정적 자극에 더욱 민감하고, 취약하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발전된 기술로 인해 우리가 이용하는 다양한 미디어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서, 우리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부정적인 단어나 내용의 매체를 긍정적인 단어나 내용의 매체보다 더 쉽게 클릭하고, 더 자주 보게 된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단순히 좀 더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서, 고정적인 구독자를 확보하는데 부정적인 단어나 이미지로 자신의 컨텐츠를 홍보하는게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원작자들은 반복적으로 사람들이 가진 부정편향을 활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반복적으로 부정편향을 자극하는 다양한 디지털 정보들을 접할 수록, 우리는 무기력과 슬픔, 번민 등을 일으키는 부정정서의 영향을 받기 쉬워지며, 학습 주의력과 작업 기억에 영향을 주는 긍정정서가 부정정서로 인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집중력의 상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지만, 서로 간에 긍정적 정서를 촉진하기 보다, 부정적 정서가 확산되게 만들 우려도 있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자면 우리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집중력의 저하라는 개인 역량의 이슈 만이 아니라, 집단 내 시너지를 위한 역량 또한 부정적 영향을 받는 중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보를 피상적으로만 습득한 이가 자신과 다른 관점, 견해를 가진 이의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동료만 관계를 맺으려 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심지어 자신이 접한 정보들과 다른 정보를 가졌거나, 이를 주장하는 이와의 대화를 거부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적대하는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 조직이나 일만이 아니라 삶에 걸친 다양한 영역에 대해 대화할 때마다 무기력감이나 슬픔, 분노를 일으키는 내용만을 주로 공유하는 집단의 모습을 떠올려 봐라.

물론 이러한 모습들이 결코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해 발전된 디지털 매체, 도구들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역량이나 특성이라고만 단정하기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며, 경영환경에서도 단순히 회사나 조직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삶의 변화로만 치부해서는 개인 차원이든 조직 차원이든 퍼포먼스의 하락을 촉발하는 중요한 이슈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이 이슈를 대응해야 할까? ‘디지털 디톡스’나 ‘도파민 디톡스’ 처럼 아예 디지털 공간에 접속하는 빈도를 줄이는 방식을 떠올리는 이도 있을 것이고, 재런 러니어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예 ‘모든 SNS 계정’을 없애는 것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모두 결국 개인의 자율, 정확히는 개인의 의지에 의존하는 방식이며, 조직 차원에서 통제할 수도, 통제해서도 안되는 접근들이라는 한계가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기술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매체들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부정적 현상들을 단순히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만 해결하라고 방치하는 것은 결국 조직 차원에서 어떠한 지원이나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으며, 조직으로서 이러한 변화들에 잘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다른 조직과 차별화된 개인과 조직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한 방식이기도 하다. 바로, 타인과 좀 더 자주 건강하고 유익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도록 돕는 것, 막연히 자신의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고, 거기서 아름다움이나 따뜻함 등의 긍정적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 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걸쳐 있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상대방이 지닌 견해를 묵묵히 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들이 그것이다. 즉, ‘긍정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빈도와 비율을 공식적으로 제공해주는 접근’을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긍정정서가 부정정서의 영향을 벗어나는 데 있어 ‘3:1’ 비율을 제시한 심리학자인 바바라 프레드릭슨(Barbara L. Fredrickson)은 기쁨, 감사, 평온, 흥미, 희망, 자부심, 재미, 영감, 경이, 사랑 등의 긍정정서 비율을 높이는데 있어 특별한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건강한 음식을 먹고, 당신 주변의 경치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선행을 베풀거나 목격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서 좋은 의미를 찾고, 동료나 사랑하는 사람과 돈독한 시간을 보내며,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거리를 즐기라 말한다. 이들 모두 얼마든지 조직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며, 각 단위조직에서도, 심지어 ‘팀’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노력들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시대는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시간을 들여 진득하니 논리를 정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냥 ‘해줘’ 한 마디로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들을 정리해서 논리를 제공해주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일상과 업무에서 접하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정보를 편식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지루할 틈도 없이 끊임없이 나를 자극할 것이다.

다만 그럴수록 우리는 부정정서에 사로잡히고,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고립될 수 있다. 그런 이들로만 가득찬 조직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주변의 이들과 당신의 일터 옆의 좋은 경치가 펼쳐진 곳으로 가라. 거기서 경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것, 선한 것들을 얘기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것들을 의도적으로 얘기하라. 그것이 개인이든 조직이든 매우 중요하고, 가치있는 접근임을 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