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직문화 활동이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일들
닐 아쉬카나시는 조직문화를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 방식에서 전달되는 ‘느낌(Climate)’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를 받아들이면, 좋은 활동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조정해 조직이 기대하는 느낌을 만드는 일이 된다.
좋은 조직문화 활동이란 무엇일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조직문화란 무엇이며, 조직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닐 아쉬카나시(Neal Ashkanasy)는 물리적 환경 및 구성원들이 그들 서로간이나 고객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전달받는 느낌(Climate)이라고 얘기한다(2000). 이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은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 방식에 대한 조정 작업을 통해 구성원들이 조직이 기대하는 ‘느낌’을 받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 다른 학자는 그룹 규범(Group norms)으로서, 실무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암묵적인 표준이나 가치로 설명하기도 한다(Homans, 1950; Kilmann and Saxton, 1983). 이 관점에서 좋은 조직문화 활동은 그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기대하는 올바른 표준과 가치가 암묵적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접근이어야 한다. 직접적으로 기대하는 규범을 제시할 수도 있고, 그것을 실제 일상-업무에 적용하면서 자신들의 업무 상황과 특성에 맞게 최적화하도록 지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학자의 정의에 따라 좋은 조직문화의 모습 또한 달라질 수 있다. 딜과 케네디 (Deal and Kennedy, 1982, 1999)가 말하는 지향가치(Espoused Values)의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은 그룹이 추구해야 할 명확한 가치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잘 내재화하는 것일 수 있고, 공식적인 의식이나 축하 행사(Formal rituals and celebrations)의 개념으로 보자면, 조직 안에서 승진이나 프로젝트 완료와 같은 중요 기점에서 이를 어떻게 다루는가를 집중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일 수도 있다.
필자는 에드가 샤인(Edgar H. Schein)의 정의를 주로 활용하는데, 그는 조직문화란 ‘조직이 외부에 적응하고 내부의 정서를 통합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습되어진 공유된 기본 가정들의 패턴’이라 말한다(2021).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은 기본 가정들을 만들어내는 과정들, 즉 실제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정하고, 그 과정 상의 경험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조직이 기대하는 가정들이 형성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조직문화 활동은 사실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다루는 것일 수 밖에 없다. 가치체계도, 이벤트나 행사도, 물리적 환경과 구성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모두 포함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을 생각하기 이전에, 제대로 된 조직문화 활동이 되려면 결국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일관성과 지속성이 결여된 접근들은 기본적인 한계점을 맞이한다. 1번의 교육이나 워크샵, 이벤트나 행사가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정들을 변화시키거나 조직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와 권한, 역할이나 평가, 보상, 업무 등 리더나 구성원 개인에게 민감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필요한 변화들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제외한 조직문화 활동을 생각해보라. 결국 업무 외 시간에, 상호간 긍정적 감정을 고양시키거나, 일시적으로 감정을 전환하는 활동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 경쟁하고 있으며, 나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정을 가진 집단이 있고 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인 조직문화 활동을 추진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이 가진 가정이 업무 외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평가나 보상, 업무 성과에 따른 업무나 역할, 권한의 분배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고, 업무 외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재미있는 액티비티를 한다고 해서, 혹은 그들 서로 간에 개인적 취미를 공유한다고 해서 그들이 공유하는 가정이 변화될 수 있을까?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한 활동은 아니지만 효과적인 활동은 결코 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변화들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구성원들의 감정, 심리적 변화 또한 고려될 수 밖에 없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조직문화팀)’가 변화시키려는 조직문화는 ‘그들(구성원)’이 어쩌면 당연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기본 가정들을 변화시키려는 접근일 수 있다. 또는 그들도 바라고, 우리도 바라는 변화이지만, 이를 위해 그들이 그동안 안정적으로 구축해 놓은 일하는 방식들, 준수하고 있는 규범들이나 제도, 익숙한 도구나 환경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와 반복적인 조정 과정을 강요하게 되는 접근일 수도 있다.
심지어 이러한 기본 가정들이 형성되는 원리를 생각해보자면, 우리가 그들(구성원)에게 요구하는 변화 활동은 결국 그들이 일상적으로 동료나 리더, 유관부서와 경험하는 상호작용들을 꾸준히 기존의 패턴에서 새로운 패턴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이끌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매일 기존과 다른 행동을 실천하는 의식적 노력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가정이 그들 내부의 무의식 영역에 자리잡을 때까지 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반복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력이나 피로, 불안이나 두려움, 회의감, 반발이나 저항감을 방치하면 조직문화 변화는 중단되거나, 형식적 활동으로 끝날 수 있기에, 조직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우리(조직문화팀)와 그들(대상조직)이 모두 추구하는 올바른 가정을 자발적으로 추구하도록 만드는 작업, 변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정서를 고양하고 고무시켜주는 작업, 변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장애물로서 추가 조정이 요구되는 조직기능이나 상호작용 방식들에 대한 논의 작업 또한 중요한 조직문화 접근 절차로 다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직문화 활동들은 변화 방향을 잡거나,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이나 활동에만 자원이 집중되고, 정작 가장 중요한 ‘실제 활동 과정’인 구성원들의 일상 내 상호작용 변화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정서적 이슈나 계획의 수정 과정에는 별도의 자원이나 활동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이러한 자원과 활동을 담보하고자 대형 프로젝트로 이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안타깝지만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을 추진하기 쉬운 단위 조직은 비교적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접근이나 조정이 수월하고, 변화에 참여하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심리나 정서를 고양하는 꾸준한 접근이 가능하며, 비교적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상호작용 방식이 많거나, 상호간 합의를 통해 즉각적인 조정이 가능한 규모이고, 장기적인 지원에 할애되는 자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팀’이 그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도 팀 단위의 조직문화 접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비록 전사의 모든 팀을 대상으로 하진 못하더라도, 10여개 내외 팀을 선정하여 해당 팀들을 위한 집중적인 조직문화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필자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팀 또한 그러한 노력을 추진한 기업의 사례이다.
도레이첨단소재는 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기반한 리더십 발휘가 모든 직급마다 적합한 형태로 표출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들은 먼저 그들이 기대하는 리더십 발휘 행동이 하나의 현상(Phenomenon)이라는 것에 동의했고, 이들(회사)이 기대하는 리더십 발휘 현상이 나오기 위해서는 결국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정과 이와 영향을 주고받는 다양한 조직 내 요소들이 조정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는 결국 실제 가정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노력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정들이 주로 형성되는 일상과 업무 경험이 ‘팀’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을 착안, 팀 별로 약 3개월간 자발적 변화 과정을 지원하는 조직문화 접근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수행했다.
이 프로세스 안에는 선정된 팀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스스로 본인들이 기대하는 현상과 이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들, 가정과 현상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 방식들이나 조직기능들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 갖는 의미나 가치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도록 돕고, 내부(팀원들)와 외부(주무조직/컨설턴트)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 피드백을 경험하게 해줌으로써 변화 과정의 동력을 유지하는 접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리더는 자신이 가진 재량권 범위 내에서 가능한 조직기능(업무/역할 재분배 등)의 조정을 구성원과 합의 하에 추가하거나 보장하는 접근들을 수행했다. 다시 말해, 에드가 샤인의 조직문화 정의 관점에서 철저히 좋은 조직문화 활동이 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었다.
이 과정은 참여팀들 모두에게서 직접적인 변화들이 발생하게 만들었는데 놀라운 점은 참여한 팀 구성원 전원이 각자 스스로 선정한 활동을 수행했다는 점이며, 본인의 공식 직무도 아니며 그것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료나 팀을 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 할애가 요구되는 활동들 수행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본인이 알고 있는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된 동료와 팀 전반의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인수인계 의무가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SOP(표준운영절차)에 준하는 매뉴얼을 제작하여 주거나, 심지어 팀을 떠난 이후에도 동료를 위한 자신이 알고 있는 업무지식이나 노하우를 전달하는 별도의 자체 교육세션을 진행하는 활동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참여 팀 중 한 팀의 멤버는 자신들이 정의한 ‘필요한 가정(Assumptions)’ 중의 하나인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과 배려와 존중에 대한 믿음이 조직 안에 형성되게 하는 활동을 맡고 나서는, 이를 어떻게 하면 구성원 사이에 기분 좋게 형성되게 만들까에 대해 동료와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그 동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가지 기발한 조직문화 활동을 준비했는데, 그녀는 먼저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평소 좋아하는 것, 요즘 고민되는 것, 특정 동료에게 기대하는 것 등 개인적인 생각이나 정보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받아냈다. 그리고 나서는 이를 학창시절 시험지 형태로 제작하고는 회의실 하나를 빌려 시험장처럼 꾸미고, 동료들에게 일괄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는 ‘시험’에 대한 일정과 장소를 안내했다. 그리고 정말 제한 시간을 두고 ‘시험’을 치룬 뒤 답안을 풀이하는 과정까지 진행했다.
이 활동에 참여한 팀원들은 시험 일정을 안내받을 때부터 시작하여, 재미있게 표현된 문제들을 풀이하고 서로의 시험 성적을 확인하는 2주여 간의 과정 모두를 즐기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끼리 서로에 대해 좀 더 편안하고, 개방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 ‘상대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과 상대를 좀 더 알고 배려해줘야 겠다는 점’ 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획한 조직문화 활동(시험) 자체 뿐만 아니라, 활동 전과 후에 일어날 동료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활동을 스스로 준비하고 실행해낸 것이다.
필자는 이런 일들이 참여한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가정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조직의 모든 기능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일하는 방식이든, 업무나 역할범위에 대한 것이든, 이벤트나 행사든 관계없이 말이다. 또한 이 과정을 주도하는 그들을 위한 이론이나 정보, 정서적 지지와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나 실수, 실패에 대해 공유하면서 이에 대한 별도의 지지가 가능해야 한다. 이런 활동이 가능할 때, 우리는 놀라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