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차원에서 의외로 하면 좋은 것들
3~4개월 단위로 작은 조직과 함께 조직문화 변화를 이끌어가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문화와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들에 대해 의외의 오해를 발견하게 된다.
필자가 최근 주로 하는 일 중 하나는 3~4개월 기간 동안 10명 내외의 작은 단위 조직 차원에서 일하는 방식을 비롯한 조직문화의 변화를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이끌어가는 일종의 조직개발 접근이다. 이 접근의 가장 첫 번째 단계는 ‘추구하는 조직문화 변화 방향 설정’인데, 이 때 사람들은 자신들이 추구하거나, 혹은 현재의 조직문화에서 아쉬운 점들에 대해 공유하고는 한다.
이 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문화와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들, 활동들에 대해 논의할 때 일부 요소들에 대한 상당한 오해들을 당연한 가정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발견되고는 한다. 대표적으로 ‘관계 설정’, ‘감정 공유’, ‘성과와의 관계’ 등이다.
첫 번째로 ‘관계 설정’에 대하여 사람들은 ‘조직 사람들 간에 가까워지는 시도’가 불필요하거나, 혹은 오히려 일할 때 방해가 되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거나, 구시대적 문화로 인식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인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들이 인식하는 ‘가까운 관계’는 ‘학연, 혈연, 지연 등으로 인한 정실주의’를 유발하는 관계라 볼 수 있다. 정실주의(cronyism)란 친분 관계에 기반하여 편파적 기회를 주는 행동들을 말한다. 즉, 가까워질수록, 친해질수록 친한 사람과 덜 친한 사람을 구분하고, 친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일이 처리되는 상황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또는 ‘능력’이 아닌 ‘연차나 나이’ 등을 토대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개인사정이 딱한’ 이들을 돕거나 지원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어리거나’, ‘진급시기가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업무/역할 수행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업무범위나 근무시간, 심지어 평가-보상 측면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가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나아가서는 개인의 가치, 일과 삶의 균형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업무 외 추가적인 상호작용, 관계 강화 활동이 불필요하며, 오늘날 구성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위 3가지 모두 ‘가까운 관계’나, 관계 강화 활동에 대해 안타깝게도 너무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설령 과거에 실제 있었던 ‘부정적 경험’에 근거한 인식이라 해도 말이다.
먼저, 조직 안에서 구성원간 가까운 관계는 필요할까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매우 필요하다.
필자가 말하는 가까운 관계란 서로에게 기꺼이 애정어린 관심을 주고받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또한 서로의 의견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개방적으로 공유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를 이해하여 세심하게 대하려는 관계를 말한다. 즉, 우정어린 관계로 설명할 수도 있으며, 심리학자인 마틴 볼트(Martin bolt)와 다나 던(Dana S. Dunn)은 실제로 ‘우정’어린 관계 있는 이들 간에는 솔직함과 개방성, 세심함과 앎, 신뢰와 충실, 서로를 위한 ‘부담’ 감수와 ‘주기’가 주요 특징으로 나타난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관계에 있는 집단 에서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모호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허심탄회한 의견 공유와 결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실수나 약점을 서로가 알거나 혹은 오픈하기 용이하기에 상대의 연차나 직급, 또는 경력이나 자격을 존중하면서도 상대가 실수한 부분이나 혹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기 용이하다. 즉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상대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에 대해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을 더욱 편하게,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조직 내 구성원과 우정에 가까운 관계를 형성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갤럽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직장에서 친한 친구가 있는 구성원의 경우, 자발적으로 혁신을 해내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내며, 고객이나 내부 파트너들을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일하는 동안 보다 더 즐겁게 지내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친한 친구가 없는 경우 고립감이 높아지고, 조직이나 동료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협동심이 부족함에 따라 전반적 성과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시한바 있다.
즉, 가까운 관계를 조성하는 것은 구성원들이 우려하는 문제들, 예컨대 정실주의를 비롯한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상황을 오히려 예방하고, 개인의 가치나 삶에 방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 직장 생활을 보다 더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까운 관계를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당연한 관계로 정의하고 이를 구축하는 노력을 시도할 때 더더욱 그렇다.
둘째로 ‘감정 공유’도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오해하는 요소인데, 특히 리더를 중심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높았다. 예를 들어 ‘분노나 짜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상대에게 표출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에도 좋지 않고, 나아가 일처리도 매끄럽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는데, 특히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부정적 감정을 드러낼 경우 부하직원은 상사가 분노하는 지점을 인지하고 향후 동일한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과정이 자칫 부하직원의 일처리와 관련한 사고나 행동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여 경직된 일처리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자칫 자신이 가진 취약점을 상대가 인식하고, 자신에게 신뢰가 하락되는 것을 경계하는 ‘진정성의 역설(The Authenticity Paradox)’ 상황을 고려해봐도 일견 타당해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감추는 시도는 결국 자신의 실제 내면 자아와 외부로 표출하는 자아가 충돌되는 상황을 반복하게 만들며 당연히 정신적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펜실베니아대학 심리학 교수인 알리샤 그랜디(Alicia Grandy) 교수와 코칭 전문가인 디나 덴햄 스미스(Dina Denham Smith)는 내면 감정을 억제하거나 숨긴 리더들의 경우 억눌린 부정적 감정을 더 이상 통제하지 못하고 갑자기 화를 내거나(Yam et al. 2016), 건강을 해치는 일(Hülsheger & Schewe, 2011)이 발생함을 경고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시도가 실패했을 때 상호간 ‘신뢰’의 이슈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제시한 ‘진정성의 역설’ 상황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 Model)을 빗대어 보자면 자신의 의식과 관계없이 무의식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여러 신호가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만일 내가 의식적으로 표출하는 메시지와 상대방이 감지한 내가 숨기고자 노력한 내면의 메시지가 다를 때 상대방은 내가 전달한 메시지를 신뢰하지 않거나 혹은 부정적 관점에서 왜곡해서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이는 무의식적 영역이라 우리가 통제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매우 이롭다. 이는 이미 여러 측면에서 증명된 사실로 앞서 소개한 그랜디와 스미스는 와튼경영대학 마이클 파크(Michael Parke) 교수의 연구결과(2021)를 토대로,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 팀 워크, 아이디어 생성,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남을 소개한 바 있으며, 심리학자인 제인 더턴(Jane Dutton)과 에밀리 히피(Emily Heaphy)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고차원적인 정서를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는 관계를 훌륭한 관계(High-Quality Connections ; HQCs)로 소개한 바 있다.
즉 자신의 내면 감정을 숨기거나, 드러내는 것은 그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이롭지만, 상호간 이해, 신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에 조직에서 매우 필요한 행위라 볼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약점으로 받아들이거나, 감정을 공유하려는 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조직정서를 변화시키고, 단지 상대방과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피로감 형성을 막고 부정적 감정이나 정서가 확산되는 것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식, 감정을 드러내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수용가능한 수준으로 적절히 표현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필요할 따름이다.
세 번째는 ‘성과와의 관계’인데, 특히 저성과 조직일수록, 구성원간 관계를 강화하거나,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상호작용 활동들이 성과와 무관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과가 좋으면 조직 분위기도 좋아지고 서로 좋은 말도 할 수 있지만 성과가 나쁠 때는 서로 만나봐야 좋은 소리 안 나온다.’는 표현 등이 주로 나왔다.
이는 너무나 명백히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집단이나 구성원들은 조직 내 관계를 단순히 ‘사적인 농담이나 놀이를 같이 하는 관계’로만 인식하거나, 감정의 공유를 ‘서로에게 긍정적 정서가 아닌 쾌락적 감정을 주는 행위’로서만 인식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즉, 앞서 소개한 관계 설정이나 감정 공유 모두를 오해하고 있는 경우이며, 나아가 진정으로 우정어린, 친밀한 관계나 솔직한 감정 공유가 조직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체감해보지 못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지지나 격려, 공감과 같이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반감이나 비꼼, 냉소 등의 부정적 상호작용보다 더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조직이 실제 조직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Losada & Heaphy, 2004)를 차치하더라도, ‘서로를 위해 솔직하게 얘기해 주면서도 배려할 줄 알고, 기꺼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자 하는 관계’나, ‘자신의 감정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는 상태’가 조성된 조직의 일원인 경우와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하며, 오로지 상대가 가진 권한이나 권위를 기준으로 상호작용의 방식이 결정되고, 자신의 감정과 관계없이 오로지 웃는 낯, 혹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상태로만 근무를 해야 하는 조직의 일원인 경우를 비교해 보라. 어느 쪽이 더 자신의 일이나 조직의 일에 대한 몰입이나 참여가 활성화될지 생각해보면, 저성과 조직일수록 오히려 이러한 관계나 감정 공유가 더욱 필요하고 절실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오해들이 쉽게 극복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참여한 팀 단위 조직개발 접근을 통해 실제로 관계를 강화하고, 감정을 공유해보는 기회를 가진 팀들은 해당 활동들을 구성원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오해들을 극복하고, 오히려 강화된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간 협력이나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이 동료나 팀을 위한 자발적으로 필요한 도구나 환경,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끄는 경우들이 생겨났으며, 그동안 감추었던 감정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경험하는 사례들이 매 조직마다 발생할 수 있었다. 일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성과가 실제 개선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과 이에 기반한 업무 환경이 도입되면서, 구성원들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할 기회가 줄어들수록, 서로가 독립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서로의 관계를 강화하고 감정을 편안하게 공유 할 수 있는 무형적 거리를 좁히는 노력이 무엇보다 더 중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