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조직문화 진단은? 진단과 변화접근의 통합이다
조직문화 진단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변화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추구하는 문화 수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표출되지 못한 문제를 알기 위해. 이 모든 이유는 결국 변화로 이어진다.
조직문화 변화를 위한 조직문화 진단은? 진단과 변화접근의 통합이다.
조직문화 진단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한 정답은 의외로 다양하다. 어떤 이는 조직변화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 어떤 이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조직문화 수준에 각 집단이 부응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어떤 이는 집단 내 구성원들이 기대하거나, 불만족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혹시 표출되지 못하는 문제나 이슈가 있진 않을지 알기 위해서 진단을 수행하고는 한다.
진단도구는 이렇듯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조직문화 경향성 측정을 위한 도구, 조직기능들의 효과성 측정을 위한 도구, 직장, 직무에 대한 만족도나 몰입도 측정을 위한 도구, 각 기업마다 정립된 가치들의 내재화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 등 다양한 도구와 모델이 고안되고 제공되어 왔으며, 지금도 새로운 도구와 모델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진단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것은 기존 상태에서 보다 긍정적 상태로의 이동, 즉 조직문화의 변화가 목적이 된다. 모든 진단은 결국 현재 상태에서 필요한 변화들을 찾기 위함이며, 진단의 의도나 컨셉이 강점 강화이든, 문제의 해결이든 결국은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적어도 당신이 학자나 연구자가 아니라, 실제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이거나 기업의 담당자라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만일 당신이 사용한 진단도구가 아무리 널리 알려져 있고, 여러 기업들이 사용하는 검증된 진단도구라 해도 막상 그 진단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 결과라면? 그리고 그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그래서 결국 해당 진단의 결과값으로 조직변화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면?
먼저 우리는 기존의 조직문화 진단들이 갖는 한계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다. 관대화의 오류, 엄격화의 오류, 평준화 오류와 같이 정량진단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진단도구 자체나, 집단이나 특정 개인에 대한 인식이 진단 결과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잘 구조화된 진단 모델이라 하더라도, 해당 모델 안에 있는 겨우 몇 십 개 내외의 항목과 요인이 집단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예컨대 개인차원의 요소, 집단의 유형적 기능요소, 무형적 요소(공유가정 등),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소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전체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에드가 샤인이 “한 조직의 조직문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000개의 질문도 부족할 것”이라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지어 조직문화 진단을 수행하는 시점 당시의 정황, 상태와 진단 이후 변화를 시도할 때의 정황, 상태에 변화가 발생하여 차이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이러한 오류들에 대해 가만히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기간 상의 문제는 펄스 서베이 등 진단의 주기를 최대한 짧게 가져갈 수 있다. 심지어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휴머나이즈(Humanyze)는 직원들에게 ID카드에 삽입된 블루투스, 적외선, 마이크 등을 활용해 끊김 없이 구성원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Seamless한 진단 접근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답변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들은 여러 통계적 기법들을 통해 해결하기도 하고, 아예 정량 진단과 정성 진단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실제 조직문화 상태 분석은 정성진단을 통해 수행하고, 정량진단은 정성진단 수행을 위한 기초자료, 또는 매개자료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시도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이 무색해지는 일이 있다면 어떨까?
에드가 샤인은 먼저 정량진단 접근이 갖는 분명한 한계를 아래의 여섯가지로 제시했는데(2021), 1) 진단도구는 대상 조직의 문화적 역동성과 관련이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차원이나 항목)을 진단하여 해석에 혼란을 일으키고, 2) 문화의 본질을 정의하는 더 깊은 공유된 암묵적 가정을 얻을 수 없어 문화의 피상적인 특성만 측정하며, 3) 조직 안에 공유되는 암묵적인 가정처럼 깊고 복잡한 것에 대한 공식적인 척도를 검증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설문조사 도구는 신뢰할 수 없거나 유효하지 않고, 4) 문화적 가정들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패턴화하는 것들은 설문지로 밝혀낼 수 없고, 5) 문화적 가정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별 구성원들은 질문에 안정적으로 답변할 수 없으며, 6) 조직 내부 정서에 매우 강력한 개입 활동인 진단 프로세스는 조직의 정상적인 프로세스에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와 진단 과정 자체에서 조직문화에 변화를 야기하는데 너무 많은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대상 조직의 구성원들이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떠나버린다는 점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정량진단 접근들, 계량화가 가능하고 측정가능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접근들은 아무리 고도화된 것이라도 결국 집단 내 암묵적 가정을 피상적 행동이나 대화, 신체, 스트레스 상태로 유추만 가능할 뿐,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인터뷰와 같은 정성진단 접근도 한계가 있다고 얘기했는데, 정성진단도 정량진단과 동일한 문제점이 있으나 적어도 진단요소에 한계를 두지는 않으므로 폭넓은 질문을 통해 해당 조직 내 다양한 상호작용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고, 가정들이 실제 조직 내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과의 패턴들을 밝혀낼 수는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이는 외부용역을 고용한 경우 매우 치명적이다.), 각 개인마다 현상을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개별 데이터를 하나의 일관된 형태로 통합하는 것이 매우 어려움을 얘기한 바 있다. 샤인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진단을 수행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진단 결과의 정확성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높다.
즉, 샤인의 주장대로라면, 현존하는 진단 접근들은 조직문화의 특성상 해당 조직문화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그는 OCI(Organizational Culture Inventory) 조직문화 진단도구를 개발한 로버트 쿡(Robert Cooke)과의 대담(2015)에서 “인간시스템의 본성 때문에 당신은 절대로 완벽한 과학적 데이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You’re never going to get perfect scientific data in the human system because of the nature of the system.”, “진단접근은 사전에 진단항목을 정의하는 것이 요구되지만, 나는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 집단들과 대화해 보기 전까진 해당 조직의 구체적 상황에 적합한 진단도구가 무엇일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조직문화 진단도구를 가지고 있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The survey requires you to define a set of items and, as I encounter a culture, until I’ve talked to a lot of people and a lot of groups, I wouldn’t have any idea of what a survey might look like that would be relevant to that particular organization in its particular situation. So that’s why I think an upfront statement that I have a complete culture survey just doesn’t make sense.”고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조직문화 진단을 시도해야 할까? 아니, 다시 진단의 본래 목적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제대로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면 진단을 어떤 용도로 인식하고 활용해야 할까?
에드가 샤인은 자신이 대상 조직문화의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던 방식은 대부분 임상연구(clinical research), 또는 조직개발(Organization Development) 접근을 수행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즉, 실제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진짜 해당 조직의 문화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직문화 변화 과정에서 정확한 조직문화 상태 측정이 가능한 이유로 샤인이 제시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 조직이 자발적인 변화를 도모하도록 유도할 때, 외부의 컨설턴트나 담당자에게 자기 자신이나 조직의 상태를 오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느끼거나, 외부의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을 통해 무언가 자신이 ‘얻을 것’이 있다고 느낄 때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즉 ‘진단 대상자’가 아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고객’으로 인식하는 경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진단 대상이 되는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실제 진단과정에 참여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반적인 진단 접근은 이러한 과정은 진단 이후에 일어나는 후속 단계이거나, 명확히 언제, 어느 시점에 이루어질 것인지를 확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반면, 조직개발 접근은 과정 자체가 변화 활동을 담보하기 때문에 비교적 이러한 인식이나 동기를 형성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그 진단 결과와 이에 따른 솔루션들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 최적화된 것임을 느끼게 하거나 실제 가능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둘째로, 진단 수행자 컨설턴트 혹은 기업 담당자들은 변화 과정에 함께 참여한 조직과 구성원들(즉 진단 대상조직들)에게 다양하고 폭넓은 질문들이 보다 용이하며, 변화과정에서 초기에 구성원과 함께 밝혀낸(정의한) 조직 내 현상이나 가정들이 불일치될 때 이는 구성원과 컨설턴트 변화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재해석이나 조정을 공동의 책임으로서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일부 구성원이나 조직이 자신들의 내밀한 가정들을 숨기거나 과장하거나 합리화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는 등 여러 방어기제가 작동할 수 있지만 컨설턴트나 담당자는 ‘함께 합의하고 추진하기로 한 변화된 조직 모습’ 실현을 근거로 추가적인 질문이나 정확한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명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컨설턴트는 상황에 따라 실제 구성원들의 일상과 업무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들이 제공되기도 하며,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제공한 데이터나 발언 내용 외에도 해당 조직의 문화 상태를 보다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 내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실제 필자도 경험한 것으로, 필자 또한 특정 단위 조직의 조직개발 접근으로서 3개월 가량 현재 인식하는 조직문화와 추구 조직문화의 정의, 추구 조직문화 실현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이 수행할 수 있는 자발적 활동의 수립과 이의 수행 과정에서 초기에 정의한 현재/추구 조직문화 상태의 조정 등을 수행해보았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부정적인 암묵적 가정을 보다 쉽게 공유하거나, 초기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조직문화 요소들이 활동 수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둘 때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초기에는 얘기하지 않았거나, 그들조차 미처 의식하지 못한 조직문화 요소들도 그들과 필자간의 정기적인 대화와 논의 과정에서 일종의 동료라는 신뢰가 형성되면서 공유되거나, 공개되기도 하였다. 이는 추구 조직문화를 보다 해당 조직에 필요한 방향으로 조정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는 결국 정량-정성진단만큼이나 시간이 투입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결국 정성진단 이후에 솔루션으로서 조직개발 접근을 시도하느니, 조직개발 접근 과정에서 참여 대상조직의 문화 상태를 정의하고, 이를 종합하여 해당 과정상에서 변화되는 조직문화 상태를 추적하고, 조직개발 접근 종료 후 이를 기준으로 조직문화 상태를 추적하는 진단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더욱 시간과, 무엇보다 투입되는 자원을 진정으로 효율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적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우리 모두 고민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