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변화는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관리 방식에 달려있다
조직문화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반복 학습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래서 강력한 조직문화일수록 구조적 안정성이 높고, 업무 규칙부터 사옥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친다.
조직문화 변화는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관리 방식에 달려있다.
조직문화는 한 집단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반복 학습하는 과정에서 그들 스스로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정들에 기반한다. 그렇기에 강력한 조직문화는 그 자체로 구조적인 안정성이 높고, 작게는 업무의 규칙에서부터 크게는 업무도구, 사무실의 인테리어, 사옥의 디자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좋은 조직문화는 시대 변화에 맞게 진화해 나가지만, 그러면서도 그들 내부에 자리잡은, 그들이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경쟁력을 갖게 한 중요한 가정들이 구성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조직의 제도와 시스템으로 표출되게 만든다. 소위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필자는 ‘정체성’을 유지한다고 말하고 싶다. 조직문화가 소위 브랜드 이미지가 되고, 그 자체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경쟁력 원천이 된다.
반면에 좋지 않은 조직문화들은 경영∙전략에서 말하는 ‘능동적 타성(Active Inertia)’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만든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화했음에도 과거에 중요한 가치와 철학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 사람에 대한 기준들을 오히려 더욱 강조하는 과정에서 결국 도태되고 마는 상황들을 맞이할 수 있다.
더 최악의 상황에 놓인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하면, ‘대체 이 조직의 조직문화는 무엇일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리더에 따라, 사람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면서 ‘정체성’이라 말할 것이 보이지 않는 집단들이 있다. 이들에게 조직문화로 설명되는 가치체계는 있어도, 이것이 실제 일상-업무에는 전혀 다뤄지지 않거나, 아예 무시당하고는 한다. 이들에게 조직문화는 경쟁력 원천이 될 수 없다.
강력하면서도 좋은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은 기업의 안정적,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임을 모르는 경영진이나 담당자는 없다. 가치체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들부터, 조직 안에 새로운 업무도구와 환경을 제공하고, 과거의 유산들에 존재하는 본원적 강점들을 발굴하여 새롭게 정의해보고, 리더와 구성원들에게 전파하고 교육하고, 새로운 업무절차나 사내 규정, 제도를 도입하는 일등 다양한 접근들을 시도한다.
또한 조직문화의 변화시도는 이처럼 거창한 접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최소 1년 최대 2~3년 사이에 빠르게 내부의 조직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중장기 전략이 새롭게 수립되었을 때, 전략 실현을 위해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거나, 조직 내부에 발생한 문제 중에 조직문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있을 경우를 말한다. 다만 방법론은 근본적으로 강력하면서도 좋은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보장되는 자원 범위 안에서 시도한다는 것도 다르지 않다. 다만 주어진 기간 내에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이 집중되는 경향은 있다.
그런데, 어떠한 이유로 추진하던 간에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할 때 경영진과 담당자는 항상 저항을 경험하게 된다. 문제가 되고 있거나, 새로운 조직 변화방향과 상충되는 기존 가정들을 공유하거나 지지하는 집단만이 아니라, 변화를 동참하는 대부분의 구성원들로부터 저항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이들을 설득하고, 변화 여정에게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1. 밀어붙이지 말고, 설득할 것.
변화에 저항하는 이들에 대응하는 보편적인 방식은 아이러니하게 ‘무대응’하는 경우이다. 정확히는 참여해야 할 활동이나, 수행해야 할 과제를 안내하고, 이를 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주거나, 반드시 해야만 특정 평가 점수에 반영을 해주거나, 혹은 상위의 리더나 경영진이 활동이나 과제 수행을 압박하는 것을 통해 변화를 다소 강제적으로 이끌어간다. 특히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변화 프로젝트인 경우 더욱 그렇다.
조직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구조적 안정성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리더나 조직 차원의 강력한 행동통제로 일시적인 행동 변화를 보이더라도, 그 통제가 약해지거나 사라지면 다시 본래 공유하는 가정에 기반한 행동패턴으로 복원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렇기에 현상에 불과한 행동을 강제하기 보다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가정의 변화가 중요한데, 이 가정의 변화 필요성, 새로운 가정의 형성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구성원 중 기존의 가정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건, 기존에 공유되는 가정을 부정적으로 느끼더라도, 쉽게 변화하기 어렵다고 느끼거나,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차악으로 인식하는 이들은 행동의 통제나 강요를 귀찮거나, 불필요한 변화를 억지로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경우 변화는 형식적이거나 일시적이다.
물론 행동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들을 경험하면 점차 확산되고, 공감대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결과가 단기간에 경험될 수 있고 그 행동을 실천한 당사자에게 직접적, 실질적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변화 시도에만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나 변혁적 리더십에서 강조되는 영감을 주는 동기부여, 비전의 제시 등은 변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준다. 조직문화 변화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해야 하는 이유와 가치를 그들이 스스로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설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변화에 참여하게 된 구성원들이 변화를 추진하는 경영진이나 담당자만큼이나 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부터가 조직문화 변화이며, 이를 위한 활동 또한 메인이 되는 변화 시도만큼이나 정교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한 공문 발송, 외부 전문가의 특강을 통한 이론적 이해가 아닌, 변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결정한 리더나 담당자의 진심 어린 비형식적 메시지가 때로는 변화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다.
2. 비난하는 이보다 지지하는 이들에게 자원을 쓸 것.
변화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하는 이들과 변화를 지지하고, 동참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당신은 어디에 자원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변화는 때로는 기존 조직문화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 혹은 기존 조직문화 속에서 인정받고 성장한 이들에게 달갑지 않은 방향과 방법을 제시할 때가 있다. 이 경우에 속하는 이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감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나 미온적 참여행태를 넘어, 사내 커뮤니티에 ‘변화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공론화하거나, 때로는 경영진이나 담당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케이스에 해당하는 이들을 부정적 소수라고 표현하는데, 대개의 경우 조직문화 변화 과정은 항상 이러한 부정적 소수와 변화 방향과 방법을 지지하는 긍정적 소수, 이들 사이에 자리하여 언제든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다수의 구성원들이 참여하게 된다.
변화를 추진하는 경영진이나 담당자 입장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부정적 소수가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비난이나 불만, 분노, 짜증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자극하는 행동들은 성실, 용기, 도전, 희망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자극하는 행동들보다 더욱 자극적이기에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변화의 성공은 결국 변화를 시도하고 모두가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과 결과에서 긍정적 측면들을 목격할 때 다수가 동참하게 되면서 이뤄진다. 즉, 필자가 말한 ‘설득’과정에서 경영진이나 담당자의 의지에 공감하는 긍정적 소수를 찾아냈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추구하는 변화를 작은 범위에서라도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들이 실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면, 다수의 구성원들이 그 변화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는 명분과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나아가서 부정적 소수도 침묵하거나, 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하향식(Waterfall) 방식에서 Agile 방법론을 적용하는데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인튜이트(Intuit)는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바꾼 몇 가지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반대론자들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변화에 동참하려는 이들에게 집중할 것(Focus on early adopters. Don’t waste time trying to convert naysayers.)’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조직개발 접근 원칙 중 선행경향의 원칙(먼저 시작하기 좋은 부서나 영역을 결정하고 변화의 중심 부분으로 이동)과도 일맥상통한다.
3. 변화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을 높일 것
샤인은 르윈의 조직변화 단계 중 첫 단계인 해동(unfreezing)을 변화를 위한 충분한 불균형 생성 단계라 말한 바 있는데, 르윈의 해동 단계에서 조직이 충분한 변화 동기를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체성이나 집단의 일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온전함을 잃지 않고도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enough psychological safety, in the sense of being able to see a possibility of solving the problem and learning something new without loss of identity or integrity. (Schein, 1980, 1999b)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직문화 변화는 결국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의 인식과 사고, 감정과 행동방식을 달리하거나 새롭게 익히는 과정을 담보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나나 우리 집단의 정체성이나 심지어 자존감을 버려야 하거나, 내가 속한 집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일종의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고는 한다. 이 불안이 지나친 집단인 경우, 변화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설명하더라도, 그리고 그 필요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진단 결과)도 부인하거나,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변화는 어디까지나 참여자들에게 이롭거나 최소한 자신이 그동안 쌓아놓은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유대감을 가진 집단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으면서 해낼 수 있음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흥미롭고 고무적인 변화 방향(비전), 충분한 교육기회, 변화 참여자들의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변화활동,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조직, 피드백, 변화 과정의 어려움을 공유하는 집단들과의 네트워크, 긍정적 롤모델이나 변화된 모습에 기초한 평가, 보상제도 등은 샤인이 심리적 안전감 형성을 위해 강조하는 요소들이며, 변화의 첫 단계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사전에 준비하거나, 최소한 계획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조직문화 변화 과정은 항상 저항이 담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