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4년 10월

리더에 따라 흔들리는 조직문화, 유지하려면? ①

맹자의 말은 오늘날의 돈·권력·초심에 잘 들어맞는다. 조직문화도 마찬가지다. 형성하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리더가 바뀌어도 문화가 흔들리지 않는가.

이 원고는 HR Insight 2024년 10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창업이 수성난(創業易守成難), 맹자가 한 말로 ‘어떤 일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룬 것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뜻은 오늘날 정말 여러 상황에 잘 맞아떨어지는데, ‘돈’, ‘권력’, ‘초심’ 등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조직문화는 어떨까? 조직문화도 맹자가 말한 것처럼, 형성하기는 쉬워도, 지키거나 유지하긴 어려운 일일까?

필자가 참여한 대부분의 조직문화 프로젝트는 크게 보면 ‘판단’과 ‘변화’ 또는 ‘정립’이었다.‘판단’에 해당하는 ‘조직문화 진단’도 결국은 프로젝트 말미에 전력이나 과제들을 제시해야 했음을 고려해보면, ‘변화’와 ‘정립’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현재의 조직문화에 ‘새로운 무언가’를 구현하거나, 아예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일에 참여해왔지, ‘현재의 조직문화를 유지와 승계’를 위한 프로젝트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번, 비록 필자는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었던 관계로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필자가 몸담았던 펌의 대표님과 다른 컨설턴트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오로지 ‘자신들의 조직문화를 유지 및 계승-발전’을 목적으로 추진된 적이 있다. 바로 국내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프로젝트를 하기 2년 전, 그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이유와 목적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끊임없는 영감의 매개가 되며, 융합연구의 큰 방향성이 될 수 있는 지향점을 정의하고자 했다. 또한 그것이 연구원이든, 행정직원이든 자신들이 무언가 대단하고, 중요한 일, 그리고 세상에 분명히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지속적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에 동기가 되어줄 수 있는 지향점을 정립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자그마치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대화와 토론을 이어 나갔다. 수회에 걸친 워크샵과 토론, 투표와 논의를 거쳤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대형 작업을 이끄는 최종 책임자인 원장의 계약임기가 3년임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들여 나온 그들의 지향점, ‘지구를 살 맛나게 하는 1도의 기술’을 중심으로 그들은 그 다음 작업을 해 나갔는데, 이를 실제 실현한다는 가정 하에 50년간의 초 장기 연구플랜을 수립하기도 했고, 실제 연구자들이 연구의 방향성을 세우거나 평가를 받을 때 이를 중심으로 평가받는 기준점이 되도록 가이드 라인을 세워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본래부터 운영 중이던 조직문화 변화관리자 조직체인 ‘E-board’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조직문화 활동도 더욱 강화되고 있었다. MTP 형태로 정립된 그들의 지향점 정립 작업 말미에 간접적으로 참여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지향점 정립 이후 활동들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고, 설렜던 기억이 난다.

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러한 접근들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조직문화적 노력들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의 원장 임기가 연장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만일 새로운 원장이 오게 되었을 때, 어쩌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들이 전부 무의미해질 수도 있음을 고려했다.

이야기를 잠깐 끊고 다시 우리의 얘기로 넘어오자면, 실제로 많은 기업과 단위조직에서 조직문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들은 대개 ‘리더에 따라 조직문화는 달라진다’, ‘조직문화는 기존의 것이 좋았거나 안 좋았거나와 상관없이 유지되지 않는다’로 귀결된다. 그래서 필자가 맡았던 프로젝트 역시 대부분 신임 리더가 왔거나, 혹은 리더가 기존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는 프로젝트를 할 때 직면하는 첫 번째 장애물은 ‘어차피 다음 리더가 오면 또 바뀔 조직문화인데, 왜 굳이 지금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 되묻는 구성원들이며, 이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일이 프로젝트의 성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순환보직이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거나, 1년 단위로 자신이 원하면 부서를 옮기는 것이 자유로운 조직체이거나, 조직개편에 따른 것이든 무엇이 이유가 되었든 간에 리더의 교체가 빈번한 조직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정서를 공유하는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조직문화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다고 인식하는 것도 있었다. 어떤 구성원들은 더 나아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리더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음을 리더가 인지하는 것에 대해 여러 이유로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에드가 샤인이 ‘조직문화와 리더십(Organizational Culture & Leadership, 2021)’에서 말한 ‘조직문화 변화에 있어 심리적 안전감 형성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미 앞의 칼럼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본 글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어쨌든 실제로 구성원들의 우려는 어느정도 그들이 공유하는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도 한데, 민간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리더가 오면 가치체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것부터 해서 그들이 추구하는 경영철학에 맞게 조직문화 변화를 시도하는 일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설령 리더가 ‘조직문화’라고 언급하지 않거나, 스스로 조직문화를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도, 구조와 권한, 프로세스 등 일하는 방식과 직장 내 일상생활에 변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을 건드리는 과정에서 조직문화 변화는 일어나게 된다. 즉 ‘유지나 승계’ 차원의 접근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게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할 독자들을 위해 말하자면, ‘분명히, 그리고 아주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최고경영자만이 아니라, 하부 단위조직의 리더가 교체될 때마다 이뤄지게 되면, 구성원들은 ‘조직문화’가 갖는 중요한 특징들인 ‘구조적 안정성(Structural Stability)’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며, 패턴(Pattern)과 통합(Integration)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즉,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근원적 가치로 공유하는지’,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는 것(혹은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지 못하게 된다. 또한 자신들의 일상과 업무방식이 일관성 없이 리더의 생각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리더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게 되거나, 만일 새로 온 리더가 맘에 들지 않는 일상과 업무방식을 요구하면, 다시 새로운 리더가 올 때까지 (어차피 자신들의 조직은 리더가 자주 교체되니까) 버티면 된다라는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가정(Assumptions)들을 공유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새로 온 리더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데, 설령 신임 리더의 관점에서 봤을 때 비효율적인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자 여러 접근을 시도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진정성 있는 참여나 변화 노력을 구성원으로부터 이끌어내기 어려워진다. 심지어 무기력하면서 어떠한 의견도 자발적으로 내지 않는 구성원들을 목격하게 되기도 한다. 즉 추구하는 변화, 혁신 동력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출발하게 된다.

또한 신임 리더에게 기존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만들어온 조직문화나 중요하게 다뤄온 가치나 특성, 고유한 일하는 방식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신임 리더는 자신이 시도하는 변화가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예상할 수 없게 된다. 극렬한 저항일지, 적극적 지지와 동참일지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기에, 조직문화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적어도 신임 리더가 기존 리더와 구성원들이 만들려 노력했던 조직문화가 무엇이며, 왜 그러한 문화를 구현하려 했는지를 이해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새로운 조직문화와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원하는 조직은 안타깝지만 많지 않다.

실제로 북미 주요 공기업/민간기업 CEO·임원 대상 조사 결과, 약 20%만이 신임 리더 부임 후 첫 주에 승계 계획 절차 진행했으며, 심지어 겨우 평균 2시간 정도만을 승계 계획 절차로서 진행했고, 이 중 절반만이 신임 리더에게 요구되는 목표점을 문서 형태로 제시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Heidrick & Struggles & Stanford University Rock center, 2010, Survey on CEO Succession Planning.)

또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인 마이클 왓킨스(Michael D. Watkins)와 인사컨설팅펌 이곤젠더 소속 컨설턴트들은 2017년 전세계 신임 임원 5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신임 리더들이 경험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서 조직의 일하는 방식 파악의 어려움(69%, 1위), 조직문화 적응(65%, 2위), 동료와의 융화(57%, 3위) 등 조직문화가 장애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공된 지원 중 이해관계자와의 회의 주선(33%)이나 조직문화 적응 지원(29%)은 3분의 1 정도만 경험한 것으로 나온 사실을 공유한 바 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Byford, Watkins & Triantogiannis., 2017, Onboarding Isn’t Enough, HBR.)

즉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조직문화 유지와 승계와 관련한 접근들은 변화와 정립을 위한 접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접근은 신임 리더에게 기존 조직문화를 반드시 고수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리더 본인의 가치나 철학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신임 리더가 변화(심지어 파괴적 변화여도)를 선택하든, 유지를 선택하든 그 결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지지와 참여, 리더 본인의 성공적 조직운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면 조직문화 유지-승계 차원에서 시도할 수 있는 접근들은 무엇일까? 특히, 신임 리더가 부임했을 때, 그가 우리의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고, 나아가 그가 가진 철학이나 지식을 더해 우리의 조직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몇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먼저 신임 리더가 부임하기 전에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조직문화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정리다. 이는 우리 조직이 공유하는 가치체계나 조직문화 진단결과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현재 조직문화와 추구하는 조직문화 각각에 대한 세부적인 모델 또는 정보를 가시성 높은 형태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Dave Grey의 Culture-MAP Model과 같이 조직의 전반적 상태(Out-come)와 유관 되는 개인 단위의 행동패턴(Behavior), 행동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유-무형적요인(Stated/Unstated Levers)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한다면 신임 리더는 자신이 부임할 조직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조직문화와 그들이 현재 경험하는 조직문화의 차이(Gap)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리더 본인이 추구하는 조직문화와 어떠한 차이(Gap)가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신임 리더에게 공유되어야 할 내용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현재 정기 또는 수시로 진행되는 조직문화 활동들이 정리되어야 한다. 생일파티나 승진자, 입사/퇴사자와 관련한 활동들, 마니또나 신입과 선배를 짝지어 주는 멘토링이나 버디시스템, 그 외 정기적인 워크샵이나 팀 빌딩, 심지어 회식이나 특정일에 진행되는 행사까지 우리 조직에서 정기 또는 상시로 진행되는 활동들이 있다면, 각 활동들의 추진 목적 정도는 정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비록 소소하더라도 일종의 우리 조직 고유의 의식이나 의례로 볼 수 있는 것들로, 학자에 따라서는 이 자체가 조직문화로 설명되기도 하며(Formal rituals and celebrations) (Trice & Beyer, 1993), 리더가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보조 매커니즘 중 하나로 다뤄지기 때문이다(Edgar H. Schein, 2021).

물론 앞서 필자가 소개한 사례와 같이 조직문화 활동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나 지향점을 반영한 실제 일하는 방식들, 예컨대 프로세스나 구조나 권한 설정 방식, 의사결정이나 업무분배-지시방식, 회의나 보고의 방식, 갈등을 해결하거나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 등이 있다면 당연히 이 또한 별도로 정리되어야 한다. 나아가 조직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나,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은 누구인지도 정리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막상 해야 할 일이 엄청난 것 같지만, 대개의 경우 이미 각각의 내용들은 당초에 별도로 문서화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다. 물론 암묵적인 지식이나 가정으로 공유되고 있는 것들은 새롭게 정리해야 하지만, 이 과정 역시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조직문화를 다시금 재확인하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조직문화의 가치나 중요성, 혹은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 문서 정리가 완료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 문서를 신임 리더에게 전달하고 나면 우리의 조직문화는 유지 나아가 계승과 발전이 가능할까? 당연히 이제 본격적인 온보딩 접근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 우리의 조직문화에 대한 우리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비롯해서, 앞서 소개한 사람들이 시도한 ‘유지-계승’ 접근과 그 후일담은 다음 호에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