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담당자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1/2)
조직문화 프로젝트의 파트너 소속은 매우 다양하다. 전담 조직이 생겨나고 있지만 인사·교육·마케팅·혁신·전략·총무팀이 발주한 프로젝트도 여전히 많다. 이 다양성이 ‘조직문화’의 범위를 결정짓는다.
조직문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다른 분야와 달리 고객사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파트너의 소속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물론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조직문화 전담 조직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인사팀이나 교육팀, 마케팅팀, 혁신팀, 전략팀, 총무팀이 발주한 조직문화 프로젝트도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조직문화를 바라고는 시각이나 ‘조직문화’라는 이름 하에 수행하고자 하는 접근의 범위도 달라지고는 한다.
당신이 조직문화를 다루는 팀이나 담당자가 되었다면, 먼저 필자는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직문화는 앞서 필자가 다양한 팀들과 함께 조직문화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처럼, 실제로 기업 그 자체를 다룰 수 있는 일이다. 비록 당신이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이나 역할범위가 특정 방법론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결국 당신이 하는 그 일은 작게는 하나의 실무단위조직부터 크게는 기업 전반에 대대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무엇보다 당신은 당신이 해낸 일을 통해 당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매일을, 매일 경험하게 되는 감정과 성취에 기여하게 된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마주하면서, 현상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시스템과 암묵적인 조직문화 요소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당신의 사고와 관점이 확장되는 경험 또한 할 수 있다.
이번 칼럼은 그런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는 데 있어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Tip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이미 당신이 원숙한 경지에 이른 담당자라면, 부디 당신이 지금 나아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음을, 적어도 한 사람은 당신의 생각을 지지하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1_가치체계 정립과 내재화
기업의 가치체계는 학자에 따라서는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딜과 케네디는 ‘그룹이 달성하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하는 명확하고 공개적으로 발표된 원칙 및 가치’로서 지향가치(Espoused values)를 조직문화로 설명하기도 했으며(Deal and Kennedy, 1982, 1999), 오우치는 ‘주주, 직원, 고객 및 기타 이해관계자를 향한 그룹의 행동을 안내하는 광범위한 정책 및 이념적 원칙’으로서 형식 철학(Formal philosophy)을 조직문화로 설명한 바 있다(Ouchi, 1981). 즉 미션이나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행동규범 등과 같은 가치체계의 정립은 그 기업의 조직문화를 정의하기도 하고, 조직문화의 변화나 구현 방향성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과거에는 가치체계 정립을 도구의 한계, 권위주의, 수직적 조직구조와 분위기를 수용하는 세대 정서로 인해 소수의 기획조직이나 경영진을 중심으로 수행되어 왔다. 물론 지금도 이렇게 수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보자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주체인 경영진들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또는 가치체계 정립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편의나 이익 관점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위주로 정립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등에 근간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성원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대적 변화 흐름에 맞추어 구성원들의 전반적 의견을 확인하기 위한 설문이나 인터뷰 차원의 접근을 선행단계로 수행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한 방향과 내용은 최종적으로 경영진이 결정하기 마련이다.
내재화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가치체계 정립 방식은 소수가 대부분의 정보를 취합하거나 분류-분석해왔기에 공표된 가치체계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지나 이해 수준은 매우 낮거나, 제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인지나 이해를 높이는 작업으로서 홍보와 노출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적 활동들, 가치체계의 세부 개념과 내용을 설명하는 교육적 접근들이 내재화 활동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엄밀히 말해 여기까지의 단계는 가치 내재화 관점에서 보면 실천과 정착-안정화의 단계에 관련된 접근들이 아니지만,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조직문화 담당조직이나 담당자는 이러한 활동들을 2~3년 내내 수행해도 벅찬 경우가 많았다.
정립과 내재화와 관련하여 필자가 전하고 싶은 의견은 요즘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볼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도구가 존재하고,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의 일체감이 취업이나 이직, 일 몰입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게 된 시대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성원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충분히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정립해 나가는 접근들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성형AI나 사용자에 친화적인 다양한 통계, 설문도구들은 당신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취합하고 이를 문서로 제작해야 하는 시간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나아가 당신이 굳이 별도로 보고회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게 만들어 준다. 단지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고 공유되는 게시판이나 채팅창을 사내 TV를 통해 보여줄 수도 있고, 실시간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구성원들이 궁금할 때마다 접속해서 확인할 수 있게 해당 링크만 보내도, 아니면 아예 해당 결과 창을 사내 TV에 띄워놓고 주기적으로 새로고침만 해도 된다. (여분으로 있는 PC와 마우스 매크로 프로그램만 있으면 된다!)
또한 가치체계 정립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편의나 이익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한 불안은 정립의 의도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의 의견에 대한 근거나 배경을 자기 자신이 아닌 기업에 일하는 모든 동료와 고객, 이해관계자, 사회의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걸러낼 수 있으며, 경영진에게 정립 과정의 일정 주기나 단계마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 방향에 대한 중요한 결정사항이나 혹은 사업과 전략에 대한 자신의 향후 계획이나 목표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과 생각을 경영진의 의견, 생각과 자연스럽게 맞춰 나갈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립 과정을 거치게 되면 내재화는 과거와 달리 인지, 이해에만 집중하던 자원을 실천과 정착-안정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다. 개인적 근무태도나 행동 변화에만 집중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실제로 가치에 맞게 일하기 위해 조정이 필요한 조직의 기능과 프로세스는 무엇이 있는지, 구조와 권한은 우리가 정의한 가치에 적합한지, 우리의 전략과 성과관리, 평가방식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되는지 확인하고 조정과 조율을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전통적인 가치체계 정립과 내재화 접근으로서 이미 이 단계까지 나아간 조직문화팀과 담당자들도 분명 있지만, 이는 그만한 시간과 예산이 보장되어야 하고, 경영진이 교체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가치체계 정립은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 시대-사회적 인식 상 소수 기획조직과 경영진 중심으로 수행해 왔지만 이제는 구성원 전반이 참여할 수 있고, 경영진을 포함한 참여자 모두가 자체적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통합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즉, 당신은 이제 의견을 취합하고 분석하는 기획자가 아니라 의견 수렴과 통합 과정을 돕는 플랫폼의 설계자이자 저마다 의견을 마음껏 내도록 독려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 내재화는 인지-이해를 위한 홍보성 활동, 교육적 접근에서 벗어나 일의 구조와 절차, 방식을 가치 기반으로 바꿔 나가는 단계까지 나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물론 당신이 아니라 각 사업과 업무를 담당하는 기능조직이 바꿔나는 것으로, 당신은 이들이 실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제공해주거나, 혹은 변화시도 과정에 필요한 지원책이나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주는 역할이면 된다.
2_조직문화 변화와 조직개발
조직개발은 조직의 내외부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조직 차원의 기능적 변화와 개인 차원의 사고-행동 변화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접근이다. 일반적으로 교육팀이나 교육담당자가 조직개발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수행하고는 하는데, 중요한 점은 제대로 된 조직개발 접근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분석과 정의, 방안의 수립과 실행, 성찰과 보완의 단계를 거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분석은 조직개발의 방향과 목적에 맞는 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만일 ‘몰입’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가정한다면, 몰입도와 관련한 제대로 된 진단도구나 모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윌마 샤우펠리(Wilmar Schaufeli)의 일 몰입 진단도구를 선호하는데, 활력과 몰두, 전념의 3개 관점에서 몰입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정도(Degree)가 아닌, 빈도(frequency)로 측정하는 방식이 몰입에 대한 정의 관점에서 보다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신 또한 당신의 생각과 관점에 맞는 도구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분석은 도구의 확보에서 끝날 일이 아니다. 특히 조직문화 관점에서 조직개발은 특정 영역에 한정된 분석 과정이어선 안 된다. 앞서 말한 몰입 상태 측정은 개인 차원에 대한 조사에 국한된다. 제대로 된 분석 과정이 되려면 개인의 현재 몰입 상태가 그 자신의 업무, 또는 조직의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해당 몰입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 내 다양한 유무형적 요인들을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지원하는 분석 도구나, 해당 분석 도구를 활용한 토론과 탐구 시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1단계다.
정의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정의하는 단계다. 특히 변화 방향의 우선순위, 중요변화 요소를 정의하게 되는 이 단계에서는 분석 결과 뿐만 아니라 해당 조직의 당면 사업과 전략, 조직 구성원들의 의지나 동기 또한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방안 수립은 결정된 변화요소들을 실제 변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이다. 이 때 활동은 개인적 행동이나 대화패턴의 변화에서부터 조직의 규정이나 정책, 물리적 환경이나 도구의 변화까지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조직의 재량권 범위를 넘어서는 이슈들이 발생할 때 조직문화 담당자는 대상 조직의 상위조직 또는 경영진 차원에서 해결되도록 돕는 별도의 조직개발 지원체계를 제공해주거나, 인편으로라도 해당 이슈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도와야 한다.
방안 실행은 해당 조직의 리더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결정한 방안들을 실행해 나가는 단계이다. 이 때 담당자는 대상 조직의 리더를 통해서 또는 자신이 직접 구성원들의 변화 동기를 유지해주는 노력을 수행해야 한다. 변화는 설령 자신이 기획한 것이라 할지라도 피로와 저항, 회의, 무기력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의 노력이나 행동을 인정-칭찬하거나, 소소한 동기부여 장치를 제공해주는 노력들이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
성찰과 보완은 조직개발 접근의 마지막 단계다. 이 단계에서 조직은 분석과 정의 단계에서 도출된 산출물을 기준으로 실행된 방안의 효과성을 검증하고, 변화 목표로의 진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변화 방향을 수립하거나, 기존 변화 목표로의 지속 전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이 단계에서 방안 실행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동기 유지와 강화를 위한 공헌 인정과 보상은 필수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대로 된 조직개발 접근이 되려면 적어도 대상 조직에 3~5회 가량의 공식적 활동(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특정 정서나 심리 변화, 혹은 일하는 방식과 관련한 기술이나 도구의 습득을 위한 개별 활동이 공식적 활동과 연계될 수는 있지만, 그것 만으로 조직개발 프로그램이라 명명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물론 시간과 자원의 한계, 혹은 당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역할범위의 한계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단편적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변화 방향을 위한 여정(Journey)으로 인지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진행 순서와 추진시기, 프로그램별 추진 목적을 반복적으로 안내해주는 노력이 당신이 조직개발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다.
가치체계의 정립과 내재화, 또한 조직개발만으로도 당신이 올 한 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것 만이 당신의 일일까? 물론 아니다. 채용과 온보딩, 조직문화를 활용한 브랜딩 혹은 마케팅, 조직문화의 진단이나 조직문화의 대표적 이슈 영역과 그의 해결 또한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다. 다음 호에서는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