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5년 4월

가치체계 정립은 이렇게! (1/2)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다루게 되는 가치체계. 미션·비전·핵심가치·행동규범·일하는 원칙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형태와 개념을 정립하고 내재화하는 일은, 최고 경영자도 관심을 기울이거나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거나 한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5년 4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거의 필수적인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가치체계’와 관련한 일이다.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 행동규범이나 강령, 일하는 원칙이라고 표현되는 다양한 형태와 개념들을 정립하고, 이와 관련한 내재화 접근을 관리하는 일은 정황에 따라서는 조직의 최고 경영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요한 일이 되기도 하고, 아예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일이 되기도 한다.

필자 또한 다양한 기업에서 가치체계를 정립하거나, 정립된 가치체계를 내재화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이번 글은 담당자라면 염두해야 할 정립 접근의 주요 원칙과 내재화 접근의 주요 원칙에 대한 얘기이다.

1_가치체계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정체성을 가이드하기 때문

가치체계 정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왜 조직이 가치체계를 정립하는가이다. 가치체계는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사람에 따라 조직문화 그 자체로 정의되기도 한다. 집단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지향하는 가치(Espoused Values)나, 광범위한 정책 및 이념적 원칙으로서의 형식 철학(Formal Philosophy) 등으로 말이다. 그만큼 가치체계는 기본적으로 조직의 문화를 정의하거나 해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왜 그럴까?

가치체계는 조직의 정체성(Identity)을 유지-형성-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정체성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일상과 업무생활을 공유하면서, 같은 경험을 갖고, 같은 깨달음을 느끼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 가정들을 말한다. 형성된 정체성은 자신의 조직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돕고, 조직 차원에서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조직이 ‘조직’으로서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또한 정체성은 특정 조직에 속한 이들, 즉 구성원들이 자신과 타 조직의 사람들을 구분 짓게 만드는 중요한 경계선 영역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지로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본들, 그들은 저마다의 이익과 이해관계 관점에서 움직일 뿐 ‘조직’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정체성은 샤인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5가지 영역에 대해 공통의 가정을 공유하는 것인데 바로 다음과 같다.

1)일: 우리(조직)는 무슨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가? 왜 이 일을 하려고 모였나?

2)목표: 우리가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목표를 진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가?

3)수단과 방식: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혹은 사용해야 하는 수단이나 방식은 무엇인가?

4)인정과 보상: 우리는 어떤 사람을 인정하고, 어떤 기준으로 보상할 것인가?

5)구성원 자격: 우리는 어떤 사람을 우리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는가?

이 다섯가지는 각각 조직의 사업, 전략, 프로세스와 도구, 평가-보상제도, 구조와 권한, 근무방식과 복장, 채용과 육성, 소통의 방식과 내용으로 구현된다. 그리고 가치체계는 바로 이 다섯가지에 대한 공유된 가정들을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 인재상 등으로 형식지화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즉,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필요한 역할들을 자발적, 긍정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힘인 정체성에 변화가 필요할 때, 혹은 그 정체성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유지하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가치체계’다.

이것 만이 가치체계가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 가치체계, 특히 그 중에서 비전의 경우 조직이 새로운 사업이나 전략을 추진해 나갈 때, 중요한 성공가이드라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핵심가치의 경우 마치 핵심역량처럼 조직이 전략적으로 배양해야 나가야 할 역량군들을 정의하게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가치체계 정립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우리 조직의 사업적 변화, 내부 인사적 변화 방향’을 분명히 인식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장시간의 업력을 가진 기업의 경우, 가치체계는 더 이상 기업에는 없지만, 그 기업 탄생과 발전에 분명히 기여하고, 여전히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이나 특정 집단의 철학이나 이념을 현 시대의 구성원들이 유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장치로서 활용되기도 한다. 경영철학이나 이념, 경영정신과 같은 개념들이 보통 이러한 용도로 쓰여진다.

그렇기에 가치체계의 정립 또는 재정립은 그 조직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작업이 될 수도 있으며, 혹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2_ 가치체계 정립 접근의 주요원칙

앞서 말했듯이 가치체계를 건드리는 것은 매우 민감한 영역이다. 또한 오늘날 구성원들은 구성원 행동주의(Employee Activism) 경향에서도 나타나듯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들에 매우 민감하다. 무엇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역량과 처우, 커리어 발전가능성에 따라 이직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시대인 만큼, 제대로 된 가치체계 정립과 이를 기반으로 한 조직문화 구현은 좋은 인재를 유지하고 유입하는 또 다른 강력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아래의 내용을 참고해보자.

1) 어떤 목적과 의도로 정립하는지 명확히 할 것

아래는 보통 필자가 가치체계 정립을 할 때 경험한 보편적인 추진 목적과 의도다.

  • 현재 우리 조직안에 존재하는 좋은 가정들과 새롭게 필요한 가정들을 모아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함인가?
  • 우리 조직이 이번에 도전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과 전략의 성공을 위해 구성원들이 나아가야 할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함인가?
  • 우리 조직의 유물(Legacy)처럼 남아있는, 즉 우리 조직의 성공과 발전에 기여한 좋은 가치들이지만, 그것이 시대흐름에 따라 잊혀져서 되살리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시대변화에 맞게 최적화하고자 함인가?
  • 신생기업 내지 새롭게 출범한 조직이라 조직 내부 구성원들을 결속하고, 우리만의 조직문화 방향을 정의하기 위함인가? (1번과 비슷하지만, 조직 내 충분히 공유되는 가정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물론 담당자 입장에서는 위의 내용 중 몇 가지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당신이 앞으로 정립접근의 수단과 방식을 모색할 데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유물처럼 남아있는 가치들을 되살리는 차원의 가치정립 업무를 맡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신의 가용 자원들은 어디에 집중되어야 할까? 당연히 과거의 탐색과 해석이다. 당신은 창업 당시부터 현존하는 가치체계의 변천사, 그리고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조직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과 그 사건 내부에서 발견가능한 좋은 가치와 교훈, 또한 창업주나 과거에 가장 존경받았던 선배들(때로는 은퇴한 사람이라 할지라도)이 가진 공통된 경험과 그 속에 존재하던 좋은 가정들을 탐색하는 ‘문화고고학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현재의 경영환경이나 구성원들의 변화흐름에 맞게, 또한 오늘날 조직의 구성원들이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재형식지화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가 될 것이다. 일반적인 가치체계 정립 접근에서는 과업의 초기단계에 불과한 문헌분석이나, 부가적인 활동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은퇴한 선배들(특히 그중에서 존경받았거나, 특별히 기억될 만큼 탁월했던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과정들이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으로 전환된다. 즉, 당신의 조직이 가치체계를 정립하는 의도가 명확해질 때, 당신은 당신의 가용자원을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

2) 정립과정에서 ‘구성원’은 더 이상 대상자가 아니다.

정립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정립 과정을 대부분 소수의 기획조직과 외부 인력,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가치체계 정립에 실패하게 된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각 단위 조직마다 공유되거나, 공유되어야 할 가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그 단위조직 안에서 실제 일상-업무를 보내는 이들이다. 일반적인 정립과정 주도 집단은 각 단위조직의 실제 일상-업무를 보내지 못하기에 발굴도 어렵고, 이해도 어렵다. 역으로 말하면 그렇기에 각 단위조직에서는 정립과정 주도 집단이 정의한 가치체계를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워한다.

(2) 진정으로 좋은 가치체계는 그 형태나 내용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자주 회자되고, 일상에서 실제 적용되느냐로 결정된다. 즉, 구성원들이 얼마나 자주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문장이나 단어인지 혹은 구성원들끼리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암호나 기호, 은어는 무엇이며 그것이 어떠한 가정을 내포하고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 것들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 정립과정 주도집단은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접근을 추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사팀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기 조금 부담스러워요’, ‘임원 앞에서는 말 못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풍부하게 확보하기 어렵다. 좀더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가치체계 정립과정에서 내부에서 실제 쓰여지기 쉬운 문장이나 형태보다는 외부(언론이나 마케팅)에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취지로 가치체계의 형태나 내용들이 정의되는 경우도 있다.

구글의 경우 행동강령이나, 일하는 원칙 또는 핵심가치라 할 수 있는 ‘구글이 발견한 10가지 진실’을 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말을 그들의 중요한 원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쁜 짓 안 해도 돈 벌 수 있어~!(You can make money without doing evil)’라는 이 표현은 심지어 구글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자 모토였던 ‘Don’t be evil’을 내포하기도 하는데, 이 자체도 결국은 ‘나쁜 짓 하지 말자’임을 생각해보라. 특별한가?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와 ~ 빼고 다 바꿔라.’, ‘임자, 해보기나 했어?’와 같은 표현들은 약간의 순화 과정만 거쳐도 해당 조직에서 중요시되는 가정들을 가이드하는 용도로서, 모든 구성원들이 편안히,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생각해보라.

(3) 가장 중요한 본질은 만일 당신이 추진하는 가치체계가 결국 우리 조직의 기능 내지 구성원의 개인적 행동 변화들을 이끌어내고자 함이라면, 이 변화들을 수행하는 주체인 구성원들이 막상 변화를 당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만든다는 점이다. 변화를 주도해야 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이 변화가 나의 결함을 인정하고 개선하거나, 내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유대감을 느끼는 집단의 의사와 반하는 변화가 아니라는 ‘심리적 안전감(Edgar H. Schein)’을 느껴야 하는데, 일반적 가치정립 주도 집단은 자신들이 정립한 가치체계의 방향대로 구성원들이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할 뿐이지,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변화 방향이라고 설명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는 접근들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당신이 가치체계 정립을 시도한다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집한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체계 정립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나아가 ‘구성원들이 제시하는 가치체계의 방향성이 경영진이나 조직이 본래 계획하고 있거나, 반드시 구현되어야 한다고 믿는 조직과 개인 변화 방향성과 일치되는 결론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구성원들이 제시하는 방향과 경영진이나 조직의 본래 방향과 불일치되는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이를 합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정립과정에서 기울이고 이를 정립 접근의 전략과 프로세스로 구현해야 한다.

즉, 구성원이 가치체계 정립의 참여대상자가 아닌 정립 주도자 역할이 되게 하고, 당신과 경영진, 외부 인력들은 이들의 정립 활동의 지원자 혹은 촉진자가 되게 하는 정립 접근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효과적인 가치체계 정립 접근이 될 수 있는 방안이다.

다음 호에서는 정립 수행 과정의 대표적인 활동과 활동시 고려해야 할 원칙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