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5년 6월

변화에 대하여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양한 차원의 변화 요구가 쏟아진다. Willis Towers Watson의 전신 Watson Wyatt가 국제 M&A 경험이 많은 CEO·CFO 190명을 조사한 결과, M&A 실패의 대표 이유로 ‘문화적 부조화’가 도출됐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5년 6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필자와 미팅을 하거나, 혹은 강연이나 실제 컨설팅을 통해 다루게 되는 특정 주제가 있는데 바로 ‘변화’에 관한 것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조직 전반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조직문화의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오랜 시간 형성된 조직문화적 이슈의 해결을 위한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당장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이나 부정적 상태를 해결하는 차원의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 호는 다양한 관점에서 변화를 고민하고, 시도하는 모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필자의 생각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조직에서 추진하는 그 어떤 변화도 조직문화와 결부된다는 점이다. Willis Towers Watson이 전신이었던 Watson Wyatt에서 국제적 M&A에 경험이 많은 190명의 CEO 및 CFO를 대상으로 M&A가 실패하는 대표적 이유로 문화적 부조화(Cultural Incompatibility)가 도출된 바 있다.

또 다른 컨설팅펌인 휴잇(Hewitt Associates)에서162개 조직 內 M&A딜 관련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M&A시 가장 도전적이었던 과제’를 조사한 결과 69%가 “조직문화 통합”을 제시한 것처럼, 사업적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 과정에서 여러 조직의 문화를 통합하는 변화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국경영학회(British Institute of Management ; BIM)에서는 아예 M&A 실패 원인을 분석한 결과 ‘문화통합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M&A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인 신규전략 추진 과정에서도 조직문화의 변화는 필수적이며, 매우 중요하다. 런던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가 명확성의 횡포(Tyranny of the Tangible)로 명명한 신규전략 실패 사례들을 보면, 인터뷰에 참여한 경영진의 76%가 신규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내부 정서의 통합이 매우 중요함을 인지하고는 있었어도(Knowing), 정작 집중한 영역은 물리적, 가시적 변화에만 집중(Doing)하여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컨설팅펌인 매킨지(2018)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기업들의 약 70%가 실패한 이유나, 성공을 거둔 소수 기업들의 사례에 기초한 제언 내용들을 들여다 보더라도, 실패한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해당 기술을 실제 일상-업무에서 적용 및 활용해야 할 ‘사람’에 대한 관리, 나아가 조직문화의 전반적 변화 노력을 소홀히 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조직문화 변화는 단순히 우리가 ‘조직문화적 주제’라고 생각하는 것들, 흔히 조직 전반의 정서나 분위기 저하, 또는 특정 조직간 갈등이나 ‘가치 정립 이후의 가치 기반 변화’ 등에서만 다루어질 주제가 아니라, 조직이 어떠한 변화라도 시도하게 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영역임을 알아야 한다.

인사팀에서 평가방식을 변화시킬 때에도, 전략팀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을 때에도, 마케팅팀에서 외부 고객과 시장에 우리 조직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려 할 때도, 결과적으로 그러한 변화들의 성공을 담보하는 데 있어 내부 조직의 문화적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조직문화 변화는 장기적인 변화가 아니라, 지속적인 변화이다.

조직이 탄생하고 사람들이 조직을 구성하여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성공의 법칙이 전파되고 전수될 때부터, 또는 조직의 창조자(창업주)나 관리자가 특정 법칙을 모두가 따르도록 할 때부터 사실 조직문화라는 것은 조금씩 형성되어 가기에, 조직문화팀이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공식적 업무나 역할이 없다 할지라도, 누구도 조직문화라는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더라도, ‘조직문화 변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즉, 조직문화 변화 접근은 그러한 지속적인 변화 흐름에 일종의 물꼬를 트는 셈이다. 앞서 얘기한 조직에 인위적인 변화들, M&A나 신규 전략 내지 도구의 도입, 업무환경의 대대적 변화 등이 생길 때, 기존 조직문화의 변화 흐름이 새로운 인위적 변화 방향과 일치되면 다행이지만, 일치되지 않는다면 그 변화 방향에 맞게 기존 조직문화에 변화를 가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조직문화가 과연 장기적인 접근이라 한다면, 그래서 그 변화의 성과나 효과가 오랜 시일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조직문화 변화 시도 자체는 매우 비효율적 접근인 셈이 된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조직문화적 변화는 점진적, 일상적으로 즉각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아니 당연히 체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조직문화의 특성 때문이다. 조직문화는 앞서 말한 것처럼, 조직이 생겨나고, 그 조직 안에서 사람들이 어떠한 특정 법칙대로 일상과 업무에서 상호작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다시 말해,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에, 그 조직을 구성하는 집단에서 익숙해진 것,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정(Assumptions)들이 생겨 문화가 만들어졌다면, 그 가정에 기반한 일상과 업무 행동을 당연시 여길 것이다.

조직문화적 변화는 이러한 집단에 인위적 변화를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당연시 여겨왔던 일상과 업무 상의 대화 패턴, 행동 패턴들에 변화를 가하고, 자신들이 익숙해지기 위해,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받아들인 가정들에 변화를 가하기 때문에, 모든 조직문화적 변화는 반드시 ‘체감’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집단이나 구성원의 관점에서는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정체성이나 자존감을 뒤흔드는 작업이 될 수도 있고, 마치 그 변화를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느꼈던 집단에서 이탈하는 ‘발칙한’ 시도로 느껴져 반발이나 저항, 두려움을 느끼는 행위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실 조직문화 변화는 변화 대상집단 구성원들이 인위적 변화시도 과정에서 느낄 이질감이나 여타의 부정적 반응을 고려하여 초기 단계에서 단기적 변화 접근에 준할 만큼의 자원 집중이 요구된다.

그리고 점차 새로운 대화나 행동패턴에 의한 긍정적 경험이 축적되고, 조직 내부에서 회자되기 시작할 때부터는 조직문화 변화의 궁극적 목표라 할 수 있는 ‘추구하는 새로운 긍정적 가정’들이 충분히 조직 안에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가정들에 의해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대화와 행동패턴이 자생적으로 지속 발생할 만한 상태가 되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접근들이 이루어지면 된다.

셋째로, 조직문화 변화는 사실 저항과 실패의 과정이다.

실패의 과정이라는 뜻은 무조건 실패한다가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의 변화인 만큼, 초기 단계에서부터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조직문화적 변화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변화 대상인 입장에서는 민감하고 예민한 변화일 수도 있고,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것을 버리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 변화의 취지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설령 그 이유를 명확히 이해한 사람조차도 정작 처음으로 변화를 시도할 때는 변화를 기획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당혹스러운 결과를 제시할 수도 있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역사적으로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모든 작업을 수기로 했던 시절에서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시기, 모든 회의와 의사결정을 대면으로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기에서 화상회의나 메일 등 온라인, 비대면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진했던 시기, AI를 비롯한 다양한 새로운 기술기반 업무도구로 전환을 할 때도 모든 새로운 방식들에 처음 적응할 때는 기존보다 못한 생산성이 나타날 수 있다. 더 간단한 예는 걷기만 하던 아이에게 자전거를 처음 타라고 할 때도 우리는 아이가 걸어갈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는 사실을 안다. 심지어 이 모든 일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희망한 사람들조차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안다.

문제는 이러한 초기 실패 과정에서 대부분이 포기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기존 집단이 공유하던 ‘변화가 필요한 가정’과 그 가정에 기반한 대화나 행동패턴들이 나름대로 그 조직의 일하는 과정에 유효했고, 그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인정받고, 성장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강력한 저항과 의심, 반발을 경험할 수 있다. ‘거봐, 해보니까 안 되잖아’, ‘쓸데없는 짓이라니까?’와 같은 반응들은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는 대표적 반응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실패 상황은 조직문화 변화 과정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면 오히려 그 상황이 발생한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만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일상-업무 방식을 시도했기에 일어난 실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실패 순간을 더 빨리 맞이할 수 있도록 변화에 대한 저항과 반발, 두려움을 해소하는 접근들이 필요하며, 실패를 맞이할 때 그 시도 자체를 인정하고, 축하해 주는 접근이 중요하다.

넷째로, 조직문화 변화는 변화선도집단이 중요하다.

조직문화 변화는 앞서 말했듯이 기존의 가정과 이에 기반한 익숙한 대화나 행동 패턴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를 강화하는 조직기능의 변화와 관련한 접근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어쩌면 현재의 조직문화 상태에서 가장 인정받은 이들, 리더나 핵심인재들이 가장 변화에 저항하고, 반발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현 조직문화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이들이라 해서 새로운 변화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그들이 조직문화에 부정적인 이유가 예컨대 지나친 개인주의적 성향을 비롯, 타인이나 조직과의 상호작용 자체에 대해 가치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고, 학습된 무기력이나 번아웃 등으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만한 에너지 자체가 소진된 상태일 수도 있다.

조직문화 변화는 모두가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변화로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필연적으로 저항과 반발, 피로, 의구심, 회의감, 무력감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단지 경험의 폭과 깊이를 최소화해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조금의 긍정적 경험이라도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조직문화 변화는 이러한 어려움을 이해 및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이들이 필요하다. 개인적 특성(Personal Trait)으로서 진취성이나 학습 및 성장욕구, 향상심을 가진 이들, 혹은 현재의 조직문화에 단순히 부정적 평가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이들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조직이 추구하는 조직문화 변화 방향의 취지나 목적을 들었을 때 이를 공감하는 이들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찾았을 때, 그 사람이 리더라면 리더이기에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그 사람이 평소 조직문화에 부정적이었던 인물이라면 직접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제공했을 때, 그 사람의 견해에 동조했던 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어 좋은 것이다. 그 사람이 핵심인재라면 조직에서 기존의 방식으로 성공하고, 인정받은 이의 새로운 시도이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 수 있어 좋은 것이다. 변화선도집단을 제대로 모을 수 있어야, 조직문화 변화는 초기의 실패 과정을 이겨내고 지속적 변화 트랙에 제대로 올라탈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이들을 소수라도 정확히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소수에게 파격적 지원을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