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칼럼2025년 7월

갈등에 대하여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갈등의 형태도 다양해진다. 스티븐 로빈스 교수는 「조직행동론」에서 1940년대까지 모든 갈등을 해로운 것으로 본 ‘전통적 관점’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원고는 HR Insight 2025년 7월호 칼럼 원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실제 게재본은 해당 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주로 다루게 되는 조직 내 이슈 중에는 갈등(Conflict)을 빼놓을 수 없다. 갈등은 대상과 영역, 내용에 따라 실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기 마련인데,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다루는 사업이나 업무절차가 복잡해 질수록, 갈등의 발생 빈도는 늘어나고, 형태는 더욱 다양화된다.

과거에는 이러한 갈등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 있었다. 스티븐 로빈스(Stephen P. Robbins) 교수는 본인 저서 『조직행동론』을 통해 이러한 시각을 '전통적 관점(Traditional View)'이라 정의하고, 1940년대까지는 모든 갈등이 조직에 해롭고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하며, 조직 관리 분야에서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작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점차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다양성이나 창의성, 자율성과 같은 개념들이 조직관리나 성과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기 시작하면서 이와 같은 낡은 관점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관점들이 자리하기 시작하긴 했다. '인간관계론적 관점(Human Relations View)'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각의 출현이다.

이 관점에서는 갈등을 모든 집단과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피할 수 없는 결과로,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가에 따라 때로는 긍정적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오늘날에는 아예 '상호작용주의적 관점(Interactionist View)'으로서 오히려 갈등이 조직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발전하기 위해 오히려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조성하거나 유도해야 하는 ‘필요성’있는 요소로 보고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은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갈등들을 진정으로 순기능적으로, 좋은 결과를 이끄는 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은 루이스 폰디(Louis Pondy)의 갈등단계로 기초해보면 잠재된 갈등을 인지하는 단계(perceived conflict)라 볼 수 있는데, 이 때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음을 당사를 비롯한 주변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깨닫지만 아직은 이성적으로 갈등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상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 단계를 무심코 혹은 의도적으로 지나쳐 버린다. 갈등을 경험하는 양자 간에 자체적-자연적 해결 요인으로만 바라보고 방치하거나, 심지어 갈등을 일으킨 당사자들, 때론 갈등 그 자체를 문제적 요소로만 받아들이고, 표출된 갈등을 억누를 것을 강요하여 결국 갈등을 감정적으로 느끼는 단계(felt conflict)로 발전하는 일이 꽤나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필자가 수행 중인 단위조직 차원의 조직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방치하거나 억누를 것을 강요하는 식의 전통적 혹은 인간관계적 갈등론에 머무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접근이 아니다. 갈등 당자자는 물론 이거니와 주변 이들 모두가 스트레스나 몰입 저하, 불안, 적대감 등의 부정적 감정이 폭증한다. 갈등 양상은 복잡해지고 심화되면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태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나름대로 이를 해소하려는 경우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근간에는 갈등을 부정적 관점으로만, 즉 어서 빨리 해결해야 하는 ‘나쁜 것’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을 분절하거나, 발생 당사자간의 물리적 격리나 상호작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개인간 감정과 정보 공유 흐름, 협업 절차를 이전보다 느리고 복잡하게 만드는 등 조직 전반의 퍼포먼스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갈등 당사자 주변 집단이나 개인의 일상-업무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역시 마찬가지로 갈등 양상이 심화되거나 복잡해지는 현상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체, 우리는 이러한 갈등들을 어떻게 대응해야만 하는 것일까? 특히 조직문화 담당자, 혹은 리더나 구성원들은 이러한 갈등들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여기에 관하여 참고해볼 수 있는 몇 가지 Tip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_갈등이라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은 조직 안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멜버른대 카렌 젠(Karen Jehn) 교수는 이를 ‘과업 갈등(Task Conflict)'과 '관계 갈등(Relationship Conflict)’으로 구분하였는데, 과업 갈등이 업무의 내용, 목표, 전략, 정책 등과 관련된 의견 불일치 상태를 의미한다면, 관계 갈등은 대인 관계에서의 비호환성, 성격 차이, 개인적인 반감이나 불신 등의 상태로 나타난다.

과업 갈등은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사실은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창의성이 요구되는 조직에서는 의견의 불일치 자체가 다양한 관점과 정보를 교환하도록 촉진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고 혁신을 장려하며 궁극적으로 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에 관계 갈등은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거의 항상 팀 성과, 구성원 만족도, 팀 응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갈등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며, 협력을 저해하고, 심지어 이직 의도를 높이기도 한다.

즉 모든 갈등이 항상 나쁜 것이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앞서 루이스 폰디의 갈등 단계랑 연결지어 보자면, 통상적으로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 비즈니스 매너가 유독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는 과업 갈등을 현명하게 다루지 못했을 때, 관계 갈등으로 확장되는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즉, 과업 갈등을 인지했을 때, 그래서 아직은 개인간의 감정적 문제로 나아가지 않았을 때, 갈등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오히려 그 갈등은 조직과 개인을 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게 된다.

2_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이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모든 조직문화 차원의 문제들이 그러하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어떠한 현상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어떤 요인들은 조직의 심층적이고 암묵적인 가정들이 원인이 되고는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모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사례이기도 한 ‘아침에 팀장이 배고프다고 하자, 냉큼 나가 김밥을 사온 대리’와 ‘이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나도 저 행동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신입사원’의 경우, 특정 상황에 대한 의견 불일치라 볼 수 있는데, 현상만 놓고 보면, 당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배경지식, 문화환경에 따라 대리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때로는 신입사원의 입장에 서기도 할 것이다. 아마도 호불호에 가까운 평가나 판단을 직관적으로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들어가보자면 대리는 해당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을 기초해 볼 때, 팀에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해당 팀에서는 리더를 케어하고,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가정이 존재함을 체감하고 있었고, 또한 이를 하나의 팀 정체성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밥 심부름 또한 불합리하거나 부조리의 측면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팀원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를 지나친 합리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잊지 말자. 에드가 샤인은 그의 저서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통해 조직문화 형성원리 자체가 인간이 안정감을 갖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의 일환이라 말했다.

즉, 대리와 신입사원간의 심부름에 대한 인식 격차, 의견 불일치 상태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팀에 공유되고 있는 기본 가정을 공유하는 자와 공유하지 못한 자의 차이일 수도 있다. 또한 여기엔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대리의 경우 새로운 신입사원들이 가진 성격적, 혹은 세대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러한 심부름 행위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가정했고, 그래서 신입사원들 대신 자신이 심부름을 했음도 말했다. 나름대로 대리는 신입사원들을 배려한 셈이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은 대리에게 더 발전적 행동을 기대하고 있었다. 심부름 행위 자체가 대리든, 혹은 자신이나 팀원 누구에게든 불편한 행동이 될 수 있고, 업무 시간을 방해하는(실제로 해당 김밥 심부름 행위는 30~40분가량 걸렸다고 한다.) 행위인데, 이것에 대해서 선배로서 중단할 수 있는 의견 제시나 행동을 하기를 기대한 것이다. 즉 김밥 심부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대리’ 본인이 생각한 역할과 ‘신입사원’들이 기대한 역할수행 방식이나 수준의 차이 또한 갈등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면 조직 내 역학관계나 대리가 가진 권한 등에 대한 인식차이도 어쩌면 존재했을 수 있다.

이렇듯 김밥 심부름이라는 아주 사소한, 그리고 단순한 현상과 관련한 갈등 마저도 그 원인을 파고들어가다 보면 굉장하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다. 그리고 각 요인들을 정확이 이해하고 정의해 나가면,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즉 현상 자체를 강제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청하거나, 당사자 중 한 쪽 편이 분명한 손해나 불이익을 경험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말한다.

3_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겸손한 질문(Humble Inquiry) 등 갈등해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시도를 계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