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당신의 조직은 ‘마음의 속도’를 계산하고 있는가? 上
필자가 올 한해 가장 많은 시간을 기울인 것은 조직문화 혁신이었다. 변화에 성공한 집단과 실패한 집단의 경험을 모두 맛본 끝에, 2026년에 혁신을 시작할 담당자에게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을 上·下 두 편으로 나눠 전달한다.
필자가 올 한해 가장 많은 시간을 기울인 것은 조직문화 혁신이었다. 조직의 현 문화 상태를 측정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조금이나마 더 나은 일상과 업무 경험을 만들어가는 일을 지원해왔고,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변화를 경험한 집단과, 변화가 중단되었거나, 실패한 집단의 경험을 모두 맛봤다. 컨설턴트로서 필자를 신뢰하고 변화 작업에 참여시켜준 모든 담당자들을 만족시키고 싶었으나, 연말이 되면 항상 부끄럽거나, 후회되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내년 2026년에도 누군가는 조직문화 혁신을 시작할 것이다. 연말이 되면 다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내년의 방향을 고민하기 마련이기에, 이들에게 필자의 올 한해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잊지 말아야 할 내용들을 전달해 주고자 한다.
에드가 샤인은 조직문화를 ‘외부 환경에 대한 적응과 내부 정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학습되어진, 기본적인 가정들의 총체’라고 말한다. 샤인이 말하는 가정은 ‘집단에 속한 이들 간에 보이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믿음이나 전제’로, 흔히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나 불문율이 여기에 해당한다. 누군가에는 그러한 고정관념이 신념이나 가치관, 철학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신념-철학과 반하지만, 이 조직의 일원으로서 근무하면서 ‘이 조직에서 내가 인정받으려면, 혹은 일원이 되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 정도 일 수도 있다. 조직문화 혁신을 하려면, 우리는 이 가정에 대해서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조직문화 변화-혁신 추진 기획시 고려해야 할 ‘가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하며, 다음 호에서는 변화-혁신 추진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가정’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가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즉, 불변하는 성질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조직이 공유하는 가정들을 만드는 요인들이었던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내부 정서를 형성하고 공유하는 개인의 이동과 성장, 혹은 퇴보에 따라, 외부 환경과 내부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시스템, 도구 변화에 따라 가정들은 변화한다.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는 점은, 외부 환경의 대대적 변화가 있을 때,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내부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의 변화만으로도 ‘우리가 당연시 여겨왔던 일하는 방식에 대한 믿음(가정)’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생겨나는 학습 과정을 통해 변화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변화 관련 통계들은 흥미로운 점이 매킨지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환 실패에 대한 리포트에서도, 존 코터의 변화관리 저서에서도, 데이비드 루이스가 명확성의 횡포(Tyranny of the Tangible)과 관련한 칼럼에서도, 변화 추진시 항상 70%가량은 실패했다고 설명하며, 그 원인으로 항상 지목되는 요소가 ‘조직문화’라는 점은 앞 단의 내용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처리 방식과 제도와 시스템 변경되었고, 그 방식에 맞춰 일하다 보면, 즉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서 ‘무엇이 옳고, 효과적인가’를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가정’은 거기에 알맞게 변화되어야 하는데, 왜 문제가 된 것일까?
사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가정이 변화되지 않았다’가 아니라, ‘가정이 변화를 저항하는 방향으로 강화되었다’가 올바른 대답이다. 더 정확히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조직의 변화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정서를 통합하는 ‘가정’이 생겨난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존재했던 변화에 반대되는 가정이 조직 전반에 확산되었거나 한층 강화된 것일 수 있다.
통상 조직문화 혁신이 시장과 고객, 경쟁사의 변화나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즉 외부 환경 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자면, 결과적으로 당신이 집중해야 할 것은 외부 환경 적응을 위해 추진되는 물리적-유형적 변화들에 의해 새롭게 형성되거나 강화될 여지가 있는 ‘변화 저항 가정’들이다. ‘굳이 우리가 바꿔야 할 필요가 없다’거나 ‘변화는 우리에게 해롭다’는 가정들이 혁신 추진 과정에서 반드시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혁신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에 대한 목표수립과 전략수립만이 아니라 혁신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저항 가정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에 대한 전략수립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시스템이 바뀌면 알아서 적응할 것이다.”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그러면 이제 혁신 추진을 위한 기획 과정에서 고민해 보면 좋을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필자가 말하는 변화 저항 가정에 대한 해답은 먼저 에드가 샤인의 생존 불안, 학습 불안과 관련된다. 생존 불안은 ‘변화하지 않았을 때 자신이나 집단에 닥칠 불이익, 손해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는 존 코터의 변화관리 단계 1단계로 얘기되는 위기의식 고취와 동일한 개념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각이다.
통상 생존 불안을 높이는 것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생존 불안감이 낮은 상태, 즉 ‘지금처럼 일하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도 아무런 불이익과 손해가 없다’고 느껴지는 상태에서 혁신은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내부 저항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조직문화 혁신이 왜 평가-보상, 혹은 내부의 공식적인 일처리 시스템이나 구조/권한과 동반된 변화여야 하는지, 왜 평가-보상의 주체인 리더들의 역할 참여가 중요한지가 드러난다.
큰 규모의 조직문화 혁신은 이 생존불안을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앞서 필자가 말한 내부 규정이나 제도 변화가 이미 예정되어 있거나, 동반 추진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 경영자의 선언을 통해 앞으로의 경영방식의 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생존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은 조직문화 혁신은 이러한 생존불안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극 없이 출발하는 혁신들은 시작부터 이미 ‘실패’를 담보한 접근이 될 수밖에 없다. 집단 내 개인과 개인간의 상호작용 변화를 통해 갈등국면이 해소되길 바라거나, 부서간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혁신들의 경우, 필자가 앞서 소개한 생존불안을 자극하는 과정들이 부족하다.
예를 들자면 부서 이기주의 혁신을 위한 방안들은 대부분 혁신 과정을 통해 내부 규정과 절차, 일하는 방식의 변화 산출물을 얻고자 하는데, 이는 앞서 말한 생존불안 자극 측면에서 완전히 앞뒤가 다른 접근이 되어버린다. 협업을 위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 제도(평가와 보상을 포함한) 변화가 예정되어 있거나, 혹은 협의 과정에서 공식적 개선안이 나오지 않았을 때 발생할 불이익과 손해를 자극해야 변화가 가능한데, 오히려 생존불안을 자극하는 데 필요한 요소을 당사자들에게 ‘산출물로서’ 요구하는 꼴이 되버리는 셈이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비록 부서이기주의가 자신들에게 ‘불편함과 불만’을 만들고 있지만, ‘나에게 새로운 불이익과 손해가 발생할 변화’를 시도할 이유가 마땅히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과 격렬한 토론을 벌일 이유가 없다. 왜 구성원들이 ‘조직문화 혁신을 하려면 리더가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리더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가진 재량권들의 발휘가 하부 조직과 구성원들의 생존불안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작은 조직문화 혁신이라 할 지라도, 외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취지가 아닌, 내부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나 정서변화에 국한된 혁신이라 하더라도, ‘생존불안’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로 학습불안 또한 변화 저항 가정을 만드는 요인인데, 학습불안은 새로운 변화-혁신이 1) 명백히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란 두려움, 2) 변화 성공에 대한 확신 결여, 3) 자신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거나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의 의사와 반한다는 감정, 4)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정체성에 반하거나 자존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두려움 등이다.
작은 조직문화 혁신은 말할 것도 없고, 큰 규모의 조직문화 혁신이라 해도 이 학습불안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내부 집단 안에 강력한 ‘변화 저항 가정’이 형성된다. 생존불안을 아무리 높여 놓아도, 학습불안이 생존불안보다 높다면, 사람들은 변화 저항의 근거가 된 데이터를 부정하거나, 혹은 현재 상태의 유지에 대한 합리화 과정을 거친다. 심지어 생존불안에 비해 학습불안이 극단적으로 높으면 아예 조직을 이탈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다음은 필자가 제안하는 학습불안 억제 아이디어다.
1.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해소
: 조직문화 혁신은 ‘이 변화를 하게 될 경우 나에게 불이익이 생길 것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학습불안은 조직의 기존 시스템에서 인정받아 왔거나, 이익을 본 집단에서 자연 발생한다. 이 학습불안을 낮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혁신들을 통해 이들에게 주어질 기회와 가능성, 더 나은 긍정요소들이 무엇인지를 혁신 과정 추진 전, 혹은 혁신 과정 중에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조직문화 혁신 우수조직에 포상이나 보상을 제공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혁신을 통해 일어날 일상-업무의 변화가 자신에게 주는 이익과 유리함이 무엇인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2. 변화 성공에 대한 확신 결여
: 이 학습불안은 집단/개인 효능감과 회복탄력성에 대한 명확한 지원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혁신의 영역을 혁신 대상인 이들이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영역, 혹은 가장 도달하기 쉬운 성공기준점에서 출발해야 하며, 기준 도달시 명확하고 공식적인 인정장치가 있어야 함을 말한다. 즉, 유-무형적 보상장치가 혁신을 다 종료한 이후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혁신 과정 중에 혁신대상 조직에 맞게 설정된 마일스톤 단계마다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시도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장애물이 있을 때, 이들을 지원하거나 회복시켜주는 장치를 혁신 추진 이전에 보장해야 한다.
3. 정체성 공유 집단으로부터의 이탈
: 이 정체성 공유 집단은 혁신 대상마다 혹은 혁신 영역마다 다를 수 있다. 직급일 수도,직책일 때도, 세대일 때도 있다. 중요한 점은 어떤 혁신이든, 특정 소수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전방위적, 포괄적 접근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설령 목표 대상이라 할지라도, 이들 만이 아닌 모두가 혁신 과정에 참여하거나 참여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4. 정체성과 자존감 상실의 두려움
: 이는 기존 조직문화 속에서 인정받고, 성장한 이들 혹은 기존 조직문화 형성을 주도한 이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즉, 리더와 핵심인재들이 이러한 학습불안에 노출되고는 한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한데, 조직문화 혁신 추진 배경을 특정 집단의 문제나 잘못의 개선을 이유로 설명하고 출발하는 시도들은 이 학습불안을 매우 증폭시킨다. 혁신은 누군가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후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혹은 특정 포지션이나 집단이 ‘더 나은 상황’, ‘더 나은 대상’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이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가진 이들이 함께 혁신 과정에 동참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들에게도 이러한 접근의 필요성을 명확히 이해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혁신은 ‘부정적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긍정적 감정의 강화와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